노을길

어르신 섬망 증상, 보통 며칠이면 가라앉을까요?

15분 읽기

어제까지는 멀쩡하셨는데요.

입원하신 아버지가 밤새 “여기가 어디냐”며 링거 줄을 잡아당기셨다는 연락이 옵니다. 전화를 받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셨을 거예요. 혹시 치매가 온 건 아닐까, 계속 이러시면 어쩌나 싶으셨겠지요.

이렇게 갑자기 달라지시는 경우, 상당수는 섬망(갑자기 생기는 일시적인 뇌 기능 혼란)입니다. 무엇을 보면 알 수 있는지, 얼마나 가는지 차례로 짚어 드리겠습니다.

섬망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섬망은 몸의 다른 문제 때문에 뇌가 잠시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입니다. 주의력과 의식이 흐려집니다.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에 갑자기 시작되고, 하루 중에도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되풀이합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섬망을 “의식, 인지 기능 또는 지각의 장애가 급성으로 시작되고 경과가 변동하는 흔한 임상 증후군”으로 정의합니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 11판(ICD-11)은 섬망을 6D70이라는 별도 코드로 분류합니다. 2022년 1월부터 발효된 분류입니다. 우리말로 된 기본 설명은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드문 일도 아닙니다. 2010년 발표된 NICE 섬망 지침에 따르면 내과 병동 입원 환자의 20-30%에서 섬망이 생깁니다. 수술받는 환자에서는 10-50%입니다. 병원에서 “섬망이 왔네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 이유이지요.

그렇다면 가족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요? 부모님 입원 보호자 준비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섬망 증상은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보이는 신호는 주의력 저하입니다. 말을 걸어도 집중하지 못하시고, 대화 주제를 금세 놓치십니다. 여기에 날짜·장소 혼동, 헛것이 보이는 증상, 밤낮이 뒤바뀌는 모습이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모습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확인해 보세요

두 단어만 기억해 두세요. “갑자기”, 그리고 “오락가락”입니다.

조용한 섬망이 더 놓치기 쉽습니다

섬망은 겉모습에 따라 세 유형으로 나뉩니다.

유형겉으로 보이는 모습가족이 흔히 하는 오해
과활동형흥분, 고함, 링거 뽑기, 환시“성격이 변하셨다”
저활동형멍함, 말수 감소, 하루 종일 잠“피곤하셔서 그렇다”
혼합형두 모습이 번갈아 나타남“기분 탓이다”

고령 환자에게는 저활동형이 흔합니다. 소란이 없으니 발견이 늦어지기 쉽습니다. 조용하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러면 이런 상태는 대체 얼마나 이어질까요? 여기서부터가 본론입니다.

섬망은 보통 며칠이나 지속되나요?

원인을 찾아 바로잡으면 섬망은 대개 수일에서 2주 안팎이면 나아집니다. 시작은 몇 시간에서 며칠 사이로 빠릅니다. 다만 고령 입원 환자 일부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까지 증상이 남습니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 기준(DSM-5, 2013년)은 섬망이 “짧은 기간(보통 몇 시간에서 며칠)에 걸쳐 발생하며, 하루 중에도 심한 정도가 변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명시합니다.

시점별로 보면 이렇습니다

시점섬망이 남아 있던 비율
퇴원할 때44.7%
퇴원 1개월 뒤32.8%
퇴원 3개월 뒤25.6%
퇴원 6개월 뒤21%

2009년 국제 학술지 Age and Ageing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자료입니다. 섬망을 겪은 고령 입원 환자 연구들을 모아 분석했습니다(PubMed).

뒤집어 보면 희망도 보입니다. 6개월이 지나면 10명 중 8명은 섬망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왜 어떤 분은 사흘 만에 돌아오시고, 어떤 분은 몇 달을 가실까요?

왜 어떤 분은 섬망이 오래갈까요?

기간을 가르는 가장 큰 변수는 원인이 얼마나 빨리 발견되느냐입니다. 여기에 원래 치매가 있었는지, 원인이 여러 개 겹쳤는지가 더해집니다. 뇌의 기초 체력이 약할수록 회복도 더딥니다.

섬망을 부르는 흔한 원인

원인이 딱 하나인 경우는 오히려 드뭅니다. 여러 요인이 겹치면 하나를 해결해도 증상이 남을 수 있습니다. 드시는 약의 성분이 궁금하시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서 제품명으로 검색해 보세요. 노인 요로감염 증상

오래갈 가능성이 커지는 조건

중환자실은 빈도가 특히 높습니다. 2004년 JAMA 연구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단 중환자의 10명 중 8명꼴로 섬망이 나타났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가장 큰 걱정이 남아 있을 겁니다. “혹시 치매는 아닐까?”

섬망과 치매, 어떻게 구별하나요?

가장 확실한 차이는 시작 속도입니다. 섬망은 몇 시간에서 며칠 만에 갑자기 오고, 치매는 몇 달에서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됩니다. 섬망은 의식과 주의력이 흔들리지만, 초기 치매는 의식이 대개 또렷합니다.

구분섬망치매
시작몇 시간-며칠, 갑자기수개월-수년, 서서히
하루 중 변화심하게 오락가락비교적 일정
주의력초기부터 크게 떨어짐초기엔 비교적 유지
의식흐리거나 지나치게 예민대개 명료
경과원인을 바로잡으면 호전 가능대부분 점진적으로 진행

치매의 종류와 경과는 중앙치매센터 자료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두 가지가 함께 오기도 합니다

치매가 있는 어르신에게 섬망이 겹치는 일은 흔합니다. 이때 가족은 “치매가 갑자기 심해졌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며칠 새 급격히 나빠지셨다면 치매 진행보다 섬망을 먼저 의심할 근거가 됩니다.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닌 이유도 있습니다. 2010년 JAMA에 실린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합친 분석)을 보면, 섬망을 겪은 고령 환자는 요양시설 입소 위험이 2.41배 높았습니다. 이후 치매 진단 위험도 더 컸습니다. 치매 초기 증상 구별

그렇다면 가족은 언제 바로 움직여야 할까요?

어떤 섬망 증상이면 바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하나요?

평소와 다른 혼란이 갑자기 시작됐다면 그 자체로 알려야 할 신호입니다. 섬망은 뒤에 숨은 몸의 문제를 알려 주는 경보이기 때문입니다. 댁에 계신 어르신이라면 당일 진료를 받으시고, 아래 증상이 함께 있으면 응급 진료를 고려하세요.

119나 응급실이 필요한 경우

가까운 응급실 위치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포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입원 중이시라면 가족이 할 일

평소 모습은 의료진이 가장 알기 어려운 정보입니다. 가족만 비교해 줄 수 있지요.

미리 알아 두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섬망의 30-40%는 예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2014년 의학 학술지 The Lancet의 섬망 종설이 제시한 수치입니다. 가족이 증상을 일찍 알아채기만 해도 원인 발견이 빨라지고, 기간을 줄일 여지가 생깁니다.

갑자기 달라진 부모님 모습에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섬망은 대부분 지나가는 상태입니다. 다만 그 뒤에 숨은 원인을 찾는 일이 먼저입니다.

입원 전후로 가족이 실천할 수 있는 예방 방법은 다음 글에서 이어서 다룹니다. 수술 후 섬망 예방


이 글은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지침, 미국정신의학회 DSM-5,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중앙치매센터 자료와 PubMed 수록 연구를 바탕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별 진단과 치료는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섬망이 오래가면 결국 치매로 넘어가나요?

섬망 자체가 곧 치매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2010년 JAMA 메타분석에서 섬망을 겪은 고령 환자는 이후 치매 진단 위험이 더 높았습니다. 섬망이 가라앉은 뒤에도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으시면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Q

낮에는 괜찮으신데 밤에만 이상해지시면 섬망인가요?

섬망은 하루 중에도 증상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특징이고, 해 질 무렵이나 밤에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낮에 멀쩡하시다고 섬망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밤에 보인 모습을 날짜·시간과 함께 적어 의료진에게 전해 주세요.

Q

수술 후 섬망은 보통 며칠 가나요?

수술 후 섬망은 대개 수술 뒤 며칠 안에 시작되고, 원인이 교정되면 수일에서 2주 안팎이면 나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관절 골절 수술처럼 고령 환자가 많은 수술 뒤에 흔합니다. 치매가 있거나 합병증이 겹치면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Q

조용히 멍하게 계시기만 해도 섬망일 수 있나요?

네, 저활동형 섬망은 말수가 줄고 하루 종일 주무시거나 멍하게 계시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고령 환자에게 흔한데, 소란이 없어서 피로나 우울로 오해받기 쉽습니다. 며칠 사이 갑자기 이런 변화가 생겼다면 의료진에게 알려 주세요.

Q

섬망이 의심되면 어느 과로 가야 하나요?

입원 중이라면 담당 주치의나 간호사에게 먼저 알리시면 됩니다. 병원에서 필요하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신경과 협진을 요청합니다. 댁에서 갑자기 생겼다면 원인 질환을 찾는 것이 먼저이므로 내과 진료나 응급 진료를 받으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출처 및 인용

  1. [1]

    섬망은 의식·인지·지각 장애가 급성으로 시작되고 경과가 변동하는 흔한 임상 증후군이며, 내과 병동 입원 환자의 20-30%, 수술 환자의 10-50%에서 발생

    출처: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 CG103 Delirium: prevention, diagnosis and management, https://www.nice.org.uk/guidance/cg103

  2. [2]

    섬망이 있던 고령 입원 환자의 지속 비율: 퇴원 시 44.7%, 1개월 32.8%, 3개월 25.6%, 6개월 21%

    출처: Cole MG et al., Persistent delirium in older hospital patients: a systematic review, Age and Ageing 2009, https://pubmed.ncbi.nlm.nih.gov/?term=Cole+persistent+delirium+older+hospital+patients+systematic+review

  3. [3]

    섬망을 겪은 고령 환자는 요양시설 입소 위험이 2.41배 높고 이후 치매 위험도 증가

    출처: Witlox J et al., Delirium in elderly patients and the risk of postdischarge mortality, institutionalization, and dementia, JAMA 2010, https://pubmed.ncbi.nlm.nih.gov/?term=Witlox+delirium+elderly+institutionalization+dementia+meta-analysis

  4. [4]

    섬망의 30-40%는 예방 가능

    출처: Inouye SK et al., Delirium in elderly people, The Lancet 2014, https://pubmed.ncbi.nlm.nih.gov/?term=Inouye+Delirium+in+elderly+people+Lancet+2014

  5. [5]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중환자의 약 80%에서 섬망 발생

    출처: Ely EW et al., Delirium as a predictor of mortality in mechanically ventilated patients in the ICU, JAMA 2004, https://pubmed.ncbi.nlm.nih.gov/?term=Ely+delirium+predictor+mortality+mechanically+ventilated+JAMA+2004

  6. [6]

    섬망은 ICD-11에서 6D70 코드로 분류(2022년 1월 발효)

    출처: 세계보건기구 ICD-11, https://icd.who.int

  7. [7]

    섬망의 기본 개념과 원인에 대한 국문 건강 정보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s://health.kdca.go.kr

  8. [8]

    치매의 종류와 점진적 경과에 대한 공공 정보

    출처: 중앙치매센터, https://www.ni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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