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르신과 말이 자꾸 어긋날 때, 무엇부터 바꿀까요?
대화가 자꾸 어긋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기억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치매는 단어를 찾아내고 문장을 조립하는 속도까지 함께 떨어뜨립니다. 평소 속도로 말하면 문장 앞부분이 통째로 날아갑니다. 그래서 대화법을 바꾼다는 건 쉬운 말로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속도와 순서를 바꾸는 일입니다.
중앙치매센터 대한민국 치매현황 자료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 안팎입니다. 열 집 가운데 한 집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이후 전국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된 것도 이 규모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치매를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명확히 규정합니다. 나이가 들어 생기는 성격 변화가 아니라 뇌 질환의 증상이라는 뜻입니다. (WHO)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성격 문제라고 보면 설득하려 들게 됩니다. 질병의 증상이라고 보면 환경을 바꾸게 됩니다. 대화법의 방향이 여기서 갈립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원리를 알아도 입에서 나오는 문장은 잘 안 바뀝니다.
말투만 바꿔도 되는 문장이 따로 있습니다
바꿀 문장은 많지 않습니다. 어르신을 시험하는 질문, 두 가지를 한꺼번에 묻는 질문, 부정으로 시작하는 지시. 이 세 형태만 걷어내도 대화 마찰이 크게 줄어듭니다. 전문가가 공통으로 권장하는 방식은 열린 질문을 선택형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 자주 쓰는 말 | 바꿔 쓰는 말 | 바꾸는 이유 |
|---|---|---|
|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 “저 둘째 아들 왔어요.” | 기억을 시험하면 실패 경험이 쌓임 |
| “점심 뭐 드시고 싶으세요?” | “미역국 드실래요, 된장국 드실래요?” | 선택지 2개가 응답 성공률을 높임 |
| “거기 앉지 마세요.” | “이쪽 의자에 앉으실래요?” | 부정문은 처리 부담이 큼 |
|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 “네, 세 시에 병원 가요.” | 지적은 감정만 남고 정보는 안 남음 |
| “왜 자꾸 그러세요?” | “불편한 데 있으세요?” | 행동 뒤의 원인을 찾는 질문 |
숫자로 기억하면 편합니다. 한 문장 10단어 이내, 한 번에 질문 하나, 대답 기다리는 시간 5초 이상. 특히 마지막 항목을 지키는 분이 드뭅니다. 3초쯤 지나면 대부분 다음 말을 덧붙이는데, 그 순간 어르신은 처음부터 다시 듣기 시작합니다.
자세도 문장의 일부입니다. 뒤에서 부르지 말고 정면에서, 앉아 계시면 함께 앉아서, 팔 하나 거리에서 이야기합니다. 시야가 좁아진 상태에서 옆이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놀람으로 이어집니다.
사실과 다른 말씀을 하실 때, 바로잡아야 하나요?
바로잡지 않습니다. 돌아가신 분을 찾으실 때 사망 사실을 다시 알리면 어르신은 그 상실을 처음처럼 다시 겪습니다. 국제적으로 권장되는 방식은 사실이 아니라 감정에 답하는 것입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뜻이 아니라 초점을 옮기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어머니를 찾으실 때는 이렇게 답합니다. “어머니 많이 보고 싶으세요?” 그다음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어요?“로 이어갑니다. 과거의 기억을 꺼내 이야기하도록 돕는 방식을 회상요법이라고 부릅니다. 옛 사진첩, 즐겨 부르던 노래, 오래된 물건이 여기에 쓰입니다.
장기 기억은 비교적 늦게까지 남습니다. 그래서 어제 점심은 못 떠올려도 스무 살 무렵 이야기는 술술 나오는 사례가 많습니다. 대화가 막힐 때 시점을 40-50년 전으로 옮기면 실마리가 잡힙니다.
같은 질문을 열 번 하실 때는 어떻게 하나요?
답을 바꾸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복 질문은 불안의 표현인 경우가 많습니다. 매번 같은 문장으로 짧게 답하고, 답을 눈에 보이는 곳에 남깁니다. 종이에 크게 적어 식탁에 붙여두는 방식이 실제 돌봄 현장에서 널리 쓰입니다.
“병원 가는 날, 3월 12일 목요일 오후 3시.” 이렇게 한 줄이면 됩니다. 어르신이 물으실 때마다 그 종이를 함께 봅니다. 말로 열 번 답하는 것보다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반복이 갑자기 심해졌다면 다른 신호일 수 있습니다. 통증, 변비, 요로감염, 새로 바뀐 약. 질병관리청 자료에서도 고령자의 급격한 행동 변화는 신체 문제의 첫 신호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안내합니다. 대화법을 고민하기 전에 몸부터 살피는 순서가 필요합니다.
화를 내실 때, 어떤 순서로 대응하나요?
반박, 설득, 제지는 모두 상황을 키웁니다. 치매 진행 과정에서 열 명 중 아홉 명가량이 행동심리증상을 겪는다는 것이 노인정신의학 분야의 일반적 보고입니다. 즉 예외 상황이 아니라 예상해야 할 경과입니다. 아래 순서를 몸에 익혀두시면 좋습니다.
단계 1: 물러서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팔 두 개 정도의 거리를 둡니다. 붙잡거나 막아서면 저항이 커집니다.
단계 2: 자극 줄이기
TV를 끄고 조명을 낮춥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상황을 정리합니다. 소음과 사람 수가 흥분의 연료입니다.
단계 3: 감정에 먼저 답하기
“많이 속상하셨구나.” 이 한 문장을 먼저 놓습니다. 이유를 캐묻는 질문은 이 단계에서 하지 않습니다.
단계 4: 관심 옮기기
음료 한 잔, 창밖 보기, 좋아하시는 노래. 다른 감각으로 넘어가면 흥분이 가라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계 5: 기록하기
시각, 직전 상황, 지속 시간을 메모합니다. 이 데이터가 다음 진료에서 약 조정의 근거가 됩니다.
특히 해질 무렵 불안이 심해지는 일몰증후군은 오후 4-6시에 집중됩니다. 이 시간대에는 새로운 일정을 잡지 않고, 실내를 밝게 유지하는 편이 낫습니다.
말이 거의 사라진 뒤에는 무엇으로 소통하나요?
감각으로 소통합니다. 언어 기능이 크게 떨어져도 목소리 톤, 표정, 손의 온도는 끝까지 전달됩니다. 말수가 줄었다고 대화를 멈추면 고립이 빨라집니다. 짧은 문장과 접촉을 함께 쓰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손을 잡고 이름을 부르는 것, 좋아하시던 노래를 함께 듣는 것, 로션을 발라드리며 이야기하는 것. 반응이 없어 보여도 심박과 표정에서 변화가 나타나는 사례가 보고돼 있습니다. 대답을 기대하지 말고 말을 걸어드리는 편이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가 진짜 문제입니다. 이 단계의 돌봄은 가족 한 사람의 체력으로 감당되지 않습니다.
가족끼리만 버티다 무너지기 전에 쓸 수 있는 것
제도부터 확인하십시오. 치매 진단을 받으면 신체 기능이 비교적 양호해도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지지원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등급으로 주야간보호(낮 동안 돌봄 시설 이용)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에서 받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의 본인부담률은 15%입니다. 시설급여는 20%이며, 소득 수준에 따른 감경 대상자는 이보다 낮은 비율을 부담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안내 기준)
검사 단계라면 치매안심센터를 먼저 찾으시면 됩니다. 선별검사는 무료로 제공되며, 등록하면 상담과 프로그램 연계까지 이어집니다. 제도 전반의 근거 법령과 사업 안내는 보건복지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치매관리법에 따라 매년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돼 있고, 이 시기에 지역별 교육과 가족 프로그램이 집중됩니다.
고령화 속도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통계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로 분석됩니다. 돌봄 기간이 길어진다는 뜻이고, 가족 한 사람이 전담하는 구조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오늘 하루만 한 가지 바꿔보시면 좋겠습니다. 질문을 두 개에서 한 개로 줄이는 것, 그리고 5초를 기다리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빨리 효과가 나타나는 변화입니다.
이 글은 정부 1차 출처(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중앙치매센터, 세계보건기구)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인의 증상과 약물에 관한 판단은 담당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치매 어르신이 물건을 훔쳐갔다고 의심하실 때는 뭐라고 해야 하나요?
부인하거나 해명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많이 놀라셨겠어요, 같이 찾아볼까요"라고 답한 뒤 함께 찾는 방식이 권장됩니다. 물건을 자주 두시는 자리를 미리 파악해두면 찾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의심 대상이 되는 가족은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Q집에 가겠다며 나가려 하실 때 막아도 되나요?
몸으로 막으면 저항이 커집니다. "지금 비가 와서요, 차 한 잔 드시고 나가실까요"처럼 시간을 늦추는 대화가 권장됩니다. 실종 위험이 있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치매안심센터에서 안내하는 배회감지기, 지문 사전등록 서비스를 미리 신청해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Q존댓말과 반말 중 어떤 게 나은가요?
존댓말이 원칙입니다. 아이 대하듯 하는 말투는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거부 반응을 키웁니다. 다만 문장은 짧게, 목소리는 낮고 천천히 유지합니다. 큰 소리로 말하면 화내는 것으로 받아들이시는 경우가 있으니 음량보다 속도를 먼저 조절하십시오.
Q전화로 대화할 때도 같은 방법이 통하나요?
전화는 난도가 훨씬 높습니다. 표정과 몸짓이 빠져 정보량이 줄기 때문입니다. 통화 첫마디에 "엄마, 저 둘째 딸이에요"처럼 관계를 밝히고, 5분 이내로 짧게 끊는 편이 낫습니다. 영상통화가 가능하면 얼굴을 보여드리는 쪽이 더 효과적입니다.
Q가족이 지쳤을 때 쉴 수 있는 제도가 있나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단기보호와 치매가족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습니다. 등급을 받은 경우 일정 기간 시설에 모시고 보호자가 휴식할 수 있습니다. 이용 조건과 일수는 등급과 연도별 고시에 따라 달라지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나 치매안심센터에서 현재 기준을 확인하십시오.
출처 및 인용
- [1]
치매는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가 아니며 뇌 질환에서 비롯된 증후군이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Dementia fact sheet,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ementia
- [2]
65세 이상 인구의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 안팎
출처: 중앙치매센터 대한민국 치매현황, https://www.nid.or.kr/info/dataroom_list.aspx
- [3]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급여 본인부담률은 15%, 시설급여는 20%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금 안내, https://www.longtermcare.or.kr
- [4]
치매관리법에 따라 매년 9월 21일은 치매극복의 날로 지정되어 있으며 치매안심센터가 전국 시군구에 설치되어 있다
출처: 보건복지부 치매정책 안내, https://www.mohw.go.kr
- [5]
고령자의 급격한 행동 변화가 감염 등 신체 질환의 초기 신호로 나타날 수 있다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s://health.kd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