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길

걸음이 느려진 부모님, 근감소증 신호일까요?

16분 읽기

근감소증, 단순한 노화와 무엇이 다를까요?

근감소증은 근육량과 근력이 함께 줄어 걷기·일어서기 같은 일상 동작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나이 들며 근육이 조금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근감소증은 그 정도가 진단 기준선을 넘어선 경우를 가리킵니다.

“요즘 걸음이 좀 느려지셨네.” 부모님을 보며 이런 생각, 해 보셨을 거예요. 대부분은 나이 탓으로 넘깁니다. 그런데 이 변화에는 정식 이름이 있습니다.

근감소증(sarcopenia,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드는 질환)은 오랫동안 노화 현상으로만 여겨졌습니다. 미국은 2016년 질병분류(ICD-10-CM)에 코드 M62.84를 부여했습니다. 국내에서도 2021년 1월 시행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8차 개정에 질병으로 올랐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근감소증 건강정보를 제공합니다.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가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2024년 12월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20%를 넘었습니다. 다섯 명 중 한 명꼴입니다.

근감소증을 이루는 세 가지 요소

유럽 근감소증 워킹그룹은 2019년 개정 기준(EWGSOP2)에서 근육량이 아닌 근력 저하를 근감소증의 1차 판단 지표로 삼았습니다. (PubMed, EWGSOP2)

근육이 눈에 띄게 빠지기 전에 힘이 먼저 약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겉모습보다 동작을 살펴야 합니다. 비슷하게 쓰이는 노쇠와는 범위가 다릅니다.

동작 신호는 생각보다 일상 가까이에 있습니다.

부모님 몸에서 먼저 보이는 신호 7가지

가장 흔한 초기 신호는 느려진 걸음, 그리고 일어설 때 팔을 짚는 습관입니다. 아래 7가지 중 여러 개가 최근 1년 사이 새로 생겼다면 근력 저하를 확인해 볼 때입니다. 한두 가지는 피로나 관절 통증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몸무게가 그대로여도 안심은 이릅니다

근육이 빠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면 체중계 숫자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를 근감소성 비만(근육은 줄고 체지방은 늘어난 상태)이라고 부릅니다. 옷 치수는 같은데 팔다리가 물렁해졌다면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같은 70대라도 진행 속도가 전혀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올까요?

왜 어떤 분은 근육이 더 빨리 빠질까요?

노화에 활동량 감소, 단백질 부족, 입원, 만성질환이 겹치면 근육 손실이 빨라집니다. 한 가지 요인도 영향을 줍니다.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있으면 속도 차이가 커집니다.

1. 호르몬과 신경의 변화

나이가 들면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어듭니다. 근육에 신호를 보내는 운동신경도 조금씩 감소합니다. 근육을 만들라는 명령 자체가 약해지는 것이죠.

2. 움직임이 줄어든 생활

근육은 쓰지 않으면 빠르게 줄어드는 조직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령자 활동량 기준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65세 이상에게 주 150-300분의 중강도 신체활동과 함께 주 2일 이상 근력 강화 활동을 권고합니다.

외출이 줄고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 기준과 멀어집니다.

3. 단백질 섭취 부족

보건복지부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은 65세 이상 단백질 권장섭취량을 정해 두었습니다. 남성 하루 60g, 여성 50g입니다. 치아 문제나 입맛 저하로 식사량이 줄면 이 양을 채우기 어렵습니다.

4. 입원과 침상 생활

가장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미국의학협회지(JAMA) 2007년 연구에서 건강한 노인 11명이 10일간 침상 안정을 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다리 제지방량(근육 등 지방 외 무게)이 평균 약 1kg 줄었습니다. 무릎 펴는 힘은 약 16% 떨어졌습니다.

감기, 골절, 수술로 몇 주 누워 지내신 뒤 걸음이 확 달라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5. 만성질환

당뇨병, 만성 콩팥병,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암은 근육 분해를 늘릴 수 있습니다. 이런 질환이 있다면 같은 나이보다 일찍 근력을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렇다면 병원에 가기 전, 집에서 위험도를 가늠할 방법은 없을까요? 질문 다섯 개면 됩니다.

5개 질문으로 위험도를 먼저 가늠할 수 있습니다

SARC-F라는 5문항 설문으로 집에서도 근감소증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항목마다 0-2점, 총 10점 만점입니다. 아시아 근감소증 워킹그룹(AWGS 2019)은 4점 이상이면 정식 평가를 받도록 권고합니다.

질문0점1점2점
4.5kg 물건을 들고 옮기기어렵지 않음조금 어려움매우 어렵거나 못 함
방 안을 가로질러 걷기어렵지 않음조금 어려움매우 어렵거나 보조기구 필요
의자·침대에서 일어나 옮겨 앉기어렵지 않음조금 어려움도움 없이는 못 함
계단 10개 오르기어렵지 않음조금 어려움매우 어렵거나 못 함
지난 1년간 넘어진 횟수없음1-3회4회 이상

부모님께 직접 여쭤 보며 채워 보세요. 점수가 낮아도 안심하기는 이릅니다. SARC-F는 선별용 설문이라 초기 변화를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줄자 하나로 보는 종아리 둘레

종아리의 가장 굵은 부분을 재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AWGS 2019는 남성 34cm, 여성 33cm 미만을 선별 신호로 봅니다. 다리가 부어 있으면 실제보다 굵게 나올 수 있습니다.

설문과 줄자에서 신호가 보였다면 다음은 병원 측정입니다. 여기서 쓰는 숫자는 생각보다 구체적입니다.

병원에서는 무엇을 재서 진단하나요?

병원에서는 악력, 신체 기능, 근육량을 측정해 AWGS 2019 기준과 비교합니다. 근력이나 신체 기능 가운데 하나만 낮아도 ‘근감소증 가능성’ 단계로 봅니다. 근육량까지 낮으면 근감소증으로 진단합니다.

측정 항목방법남성 기준여성 기준
악력악력계 쥐기28kg 미만18kg 미만
의자 일어서기5회 반복 시간12초 이상12초 이상
보행 속도6m 걷기초속 1.0m 미만초속 1.0m 미만
근육량생체전기저항분석(BIA)7.0kg/m² 미만5.7kg/m² 미만
근육량이중에너지 X선 흡수법(DXA)7.0kg/m² 미만5.4kg/m² 미만

보행 속도가 초속 1.0m 미만이면 6m를 걷는 데 6초보다 오래 걸립니다. 근육량 수치는 팔다리 근육 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입니다.

아시아 근감소증 워킹그룹(AWGS)은 근육량 감소에 근력 또는 신체 기능 저하가 더해지면 근감소증으로 봅니다. 세 가지가 모두 낮으면 중증 근감소증으로 분류합니다. (PubMed, AWGS 2019)

국가건강검진 결과지에도 단서가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은 66세·70세·80세에 노인신체기능검사를 포함합니다. 일어나 걸어가기, 한 발로 서기 같은 항목으로 다리 힘과 균형을 확인합니다. 부모님 결과지에서 이 칸부터 찾아보세요. 노인신체기능검사

그냥 두면 어떤 일이 이어질 수 있나요?

근감소증은 낙상, 골절, 일상생활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EWGSOP2는 근감소증을 낙상·골절·신체 장애·사망 위험 증가와 관련된 상태로 정리했습니다. 초기에 알아차리는 일 자체가 의미를 갖는 이유입니다.

흔히 보이는 흐름은 이렇습니다.

  1. 다리 힘이 줄어 외출이 줄어듭니다
  2. 덜 움직이니 근육이 더 빠집니다
  3. 균형이 흔들려 넘어질 위험이 커집니다
  4. 골다공증이 함께 있으면 골절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5. 입원과 침상 생활로 근육 손실이 다시 빨라집니다

앞서 본 10일 침상 연구가 바로 5번 단계입니다. 이 고리는 어느 지점에서든 시작될 수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사실도 있습니다. 근육은 나이와 관계없이 자극에 반응하는 조직입니다. 고령자도 근력 운동으로 근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연구가 여럿 보고돼 있습니다. 노인 근력 운동

언제, 어느 진료과를 찾으면 될까요?

신호가 여러 개 겹치거나 SARC-F가 4점 이상이면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노년내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악력 측정과 보행 검사는 짧은 시간에 끝나는 간단한 검사입니다. 체성분 검사 비용과 보험 적용은 병원과 검사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미리 문의해 보세요.

진료 전에 챙기면 좋은 메모

이런 경우는 기다리지 마세요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졌다면 근감소증이 아닐 수 있습니다. 뇌졸중 신호일 수 있으니 즉시 119에 연락하세요. 몇 주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줄었을 때도 서둘러 진료를 받아 보세요.

근감소증은 천천히 와서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이번 주말, 부모님과 나란히 걸으며 걸음 속도부터 살펴봐 주세요.


이 글은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공개 자료와 AWGS 2019·EWGSOP2 국제 진단 기준을 바탕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인의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감소증은 몇 살부터 생기나요?

근육량은 중년 이후 서서히 줄기 시작하고, 고령기에 들어서면 감소 속도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아시아 근감소증 워킹그룹(AWGS 2019) 진단 기준은 주로 60세 또는 65세 이상에게 적용됩니다. 다만 만성질환이 있거나 오래 입원했다면 더 이른 나이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Q

근감소증과 노쇠는 같은 말인가요?

같은 말이 아닙니다. 근감소증은 근육량·근력·신체 기능에 초점을 둔 개념입니다. 노쇠는 체중 감소, 피로감, 활동량 감소까지 아우르는 더 넓은 개념입니다. 두 상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는 많습니다.

Q

살이 빠지지 않았는데도 근감소증일 수 있나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근육이 줄어든 만큼 체지방이 늘면 체중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를 근감소성 비만이라고 부르며, 악력과 체성분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Q

근감소증 검사는 어디서 받을 수 있나요?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노년내과에서 악력, 보행 속도, 체성분 검사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66세·70세·80세 국가건강검진의 노인신체기능검사 결과도 참고 자료가 됩니다. 검사 비용과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병원과 검사 목적에 따라 다르니 미리 문의하시길 권합니다.

출처 및 인용

  1. [1]

    AWGS 2019 기준 악력 남성 28kg·여성 18kg 미만, 5회 의자 일어서기 12초 이상, 보행 속도 초속 1.0m 미만, 종아리 둘레 남 34cm·여 33cm 미만, SARC-F 4점 이상

    출처: Chen LK et al., Asian Working Group for Sarcopenia: 2019 Consensus Update, J Am Med Dir Assoc 2020, https://pubmed.ncbi.nlm.nih.gov/32033882/

  2. [2]

    EWGSOP2는 근력 저하를 근감소증의 1차 판단 지표로 삼고 낙상·골절·신체 장애·사망 위험과의 연관을 제시

    출처: Cruz-Jentoft AJ et al., Sarcopenia: revised European consensus (EWGSOP2), Age Ageing 2019, https://pubmed.ncbi.nlm.nih.gov/30312372/

  3. [3]

    건강한 노인 11명이 10일간 침상 안정 후 다리 제지방량 약 1kg 감소, 무릎 신전 근력 약 16% 감소

    출처: Kortebein P et al., Effect of 10 days of bed rest on skeletal muscle in healthy older adults, JAMA 2007, https://pubmed.ncbi.nlm.nih.gov/17456818/

  4. [4]

    65세 이상에게 주 150-300분 중강도 신체활동과 주 2일 이상 근력 강화 활동 권고

    출처: 세계보건기구 Physical activity fact sheet,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physical-activity

  5. [5]

    65세 이상 단백질 권장섭취량 남성 60g, 여성 50g

    출처: 보건복지부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 https://www.mohw.go.kr

  6. [6]

    66세·70세·80세 국가건강검진에 노인신체기능검사 포함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 안내, https://www.nhis.or.kr

  7. [7]

    2024년 12월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 비중 20% 돌파, 초고령사회 진입

    출처: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발표, https://www.mois.go.kr

← 생활·돌봄 목록으로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