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길

냄새가 헷갈리기 시작했다면, 치매 신호일까요?

14분 읽기

타는 냄새, 혹시 못 느끼셨나요?

부모님이 상한 반찬을 그냥 드시는 모습에 놀라셨을 수 있습니다. “요즘 냄새를 잘 모르겠다”는 말은 흘려듣기 쉽습니다. 기억력은 아직 멀쩡해 보이니까요.

그런데 냄새 감각은 뇌 건강과 생각보다 가까이 붙어 있습니다. 어떤 연결인지부터 차근차근 짚어 드리겠습니다. 치매 경고 신호 건망증 차이

냄새를 못 맡는 것이 왜 치매와 연결될까요?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뇌 변화가 냄새를 처리하는 경로 가까이에서 먼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냄새 정보는 후각망울(냄새를 처음 받는 뇌 앞쪽 부위)을 거쳐 내후각피질과 해마로 갑니다. 이 길은 기억을 만드는 곳과 거의 겹칩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알츠하이머병을 뇌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며 신경세포가 줄어드는 질환으로 설명합니다. 이 변화는 기억력 저하가 드러나기 수년 전부터 진행됩니다.

타우 단백질(신경세포 안에서 엉키는 단백질)은 내후각피질에 일찍 쌓이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그래서 냄새를 구별하고 이름 붙이는 능력이 비교적 먼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치매는 드문 병이 아닙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서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약 10%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어르신 10명 중 1명꼴이지요.

그렇다면 나이 들어 냄새가 둔해지는 것과는 무엇이 다를까요? 여기서 가장 많이 헷갈리십니다.

나이 들면 누구나 냄새가 둔해지지 않나요?

맞습니다. 후각은 나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노화에 따른 변화는 주로 냄새의 세기를 덜 느끼는 쪽입니다. 알츠하이머병 연구에서는 냄새는 나는데 무엇인지 맞히지 못하는 식별력 저하가 특히 자주 관찰됩니다.

노화의 영향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2002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비버댐 지역 조사가 대표적인 자료입니다. 이 연구는 53-97세 약 2,500명의 후각을 직접 검사했습니다.

마지막 항목이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본인은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구분노화에 따른 저하코·감염 문제뇌 질환과 관련될 수 있는 저하
시작 양상수년에 걸쳐 서서히감기·비염 뒤 비교적 갑자기서서히, 본인은 잘 모름
주된 변화냄새 세기를 덜 느낌코막힘과 함께 냄새 자체를 못 맡음냄새는 나는데 무엇인지 헷갈림
함께 보이는 신호특별한 동반 증상 없음콧물, 코막힘, 얼굴 압박감깜빡함 증가, 동작 느려짐
먼저 찾을 곳이비인후과이비인후과신경과, 치매안심센터

표만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실제 추적 연구의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냄새 검사가 5년 뒤를 예측했다는 연구, 사실인가요?

사실입니다. 2018년 미국노인의학회지(JAGS)에 실린 시카고대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냄새 5가지 중 4가지 이상을 맞히지 못한 노인은 5년 안에 치매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정상 후각인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았습니다.

Adams 등(2018, 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은 57-85세 미국인 약 2,900명을 5년간 추적한 결과, 후각 식별 검사 성적이 낮을수록 이후 치매 진단 비율이 높았다고 보고했습니다.

검사에 쓰인 냄새는 페퍼민트, 생선, 오렌지, 장미, 가죽이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냄새들입니다.

숫자를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2배’는 반드시 치매가 온다는 뜻이 아닙니다. 후각 저하는 위험을 알리는 신호일 뿐, 진단 기준이 아닙니다.

파킨슨병과 루이소체 치매에서도 보이는 신호

파킨슨병에서는 연결이 더 뚜렷합니다. 파킨슨병 후각 연구 고찰(Doty, 2012)은 환자의 90% 안팎이 후각 저하를 겪는다고 정리했습니다. 손떨림 같은 운동 증상보다 수년 앞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루이소체 치매(환시와 기복 있는 인지 저하가 특징인 치매)에서도 후각 저하가 흔히 보고됩니다. 병은 달라도 냄새 경로가 일찍 영향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걱정부터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더 흔한 원인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후각이 떨어지는 더 흔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후각 저하의 원인은 뇌보다 코에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만성 비염, 부비동염(축농증), 비용종(코 안의 물혹), 감기·독감 같은 바이러스 감염이 대표적입니다. 머리 외상, 흡연, 일부 약물도 원인이 됩니다.

코로나19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질병관리청은 미각·후각 소실을 코로나19의 주요 증상 가운데 하나로 안내합니다.

코 쪽 원인을 의심해 볼 단서

이런 경우는 이비인후과 진찰로 상당 부분 확인됩니다. 원인 치료 뒤 후각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 순서는 코부터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코에 별 이상이 없는데도 냄새가 헷갈린다면, 다른 신호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집에서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신호는 무엇인가요?

후각 하나보다 여러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지가 판단의 열쇠입니다. 아래 항목 가운데 후각 변화와 함께 2개 이상이 몇 달째 이어진다면 날짜와 상황을 기록해 두세요. 진료 때 큰 도움이 됩니다.

후각 관련 신호

냄새는 맛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후각이 떨어지면 음식 맛도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신호

가족의 눈이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본 연구처럼 본인은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도인지장애 치매 차이

당장 챙길 일도 하나 있습니다. 가스 냄새를 못 맡으면 사고 위험이 커지니 가스 경보기 설치를 고려해 보세요.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 병원 문을 두드려야 할까요?

어떤 경우에 진료를 받아 보셔야 하나요?

감기 없이 서서히 냄새가 둔해졌고, 기억력이나 동작 변화가 함께 보이면 진료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코 증상이 뚜렷하면 이비인후과가, 기억·동작 변화가 함께라면 신경과가 첫 창구입니다.

바로 응급실로 가셔야 하는 경우

머리를 다친 뒤 갑자기 냄새를 못 맡게 되었나요? 심한 두통, 한쪽 팔다리 힘 빠짐, 어눌한 말투가 함께 왔나요? 이때는 지체하지 말고 119에 연락하세요.

일반 외래로 충분한 경우

몇 달에 걸쳐 서서히 생긴 변화는 외래 진료로 충분합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여러 냄새를 맡고 구별하는 후각 기능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용 걱정 없이 먼저 확인하는 길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에서는 만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무료로 치매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센터는 시·군·구 보건소에 설치돼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에서도 66세 이상은 2년마다 인지기능장애 검사를 받습니다. 궁금한 점은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에서 24시간 상담할 수 있습니다. 치매안심센터 무료 검사

냄새는 소리 없이 옅어집니다. 그래서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 식사 자리에서 “이거 무슨 냄새인지 아세요?” 하고 가볍게 여쭤 보세요. 이상하다 싶으면 그날의 상황을 적어 두시면 됩니다.

이 글은 정부 1차 출처(질병관리청·중앙치매센터·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와 PubMed 등재 연구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인의 진단을 대신하지 않으며, 증상이 걱정되시면 전문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냄새를 잘 못 맡으면 치매에 걸린 건가요?

아닙니다. 후각 저하는 노화, 비염, 감기, 코로나19 등 훨씬 흔한 원인으로도 생깁니다. 연구에서 후각 저하는 치매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다뤄질 뿐 진단 기준은 아닙니다. 기억력이나 동작 변화가 함께 있는지 살펴보시고, 걱정되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 보세요.

Q

후각 검사는 어느 병원에서 받나요?

후각 기능 검사는 이비인후과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여러 냄새를 맡고 구별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검사 종류와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병원마다 다를 수 있으니 예약 전에 문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Q

코로나19 이후 냄새가 돌아오지 않는데 치매와 관련 있나요?

감염 뒤 생긴 후각 저하는 코 점막과 후각 신경의 손상이 주된 원인으로 보고됩니다. 서서히 진행하는 신경퇴행성 후각 저하와는 시작 양상이 다릅니다. 몇 달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으면 이비인후과 진료를 먼저 받아 보세요.

Q

부모님이 치매 검사를 꺼리시면 어떻게 하나요?

치매안심센터 선별검사는 간단한 문답 형식이라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만 60세 이상이면 무료이니 ‘건강검진 겸 한번 받아 보자’고 권해 보세요.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에서 가족 대화 방법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인용

  1. [1]

    후각 식별 검사(냄새 5종)에서 4종 이상 맞히지 못한 57-85세 노인은 5년 내 치매 진단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다

    출처: Adams DR et al., Olfactory Dysfunction Predicts Subsequent Dementia in Older U.S. Adults, J Am Geriatr Soc 2018, https://pubmed.ncbi.nlm.nih.gov/?term=Olfactory+dysfunction+predicts+subsequent+dementia+in+older+US+adults

  2. [2]

    53-97세 후각 장애 유병률 24.5%, 80세 이상 62.5%, 자가 인식률은 실제보다 낮음

    출처: Murphy C et al., Prevalence of olfactory impairment in older adults, JAMA 2002, https://pubmed.ncbi.nlm.nih.gov/?term=Prevalence+of+olfactory+impairment+in+older+adults+Murphy+2002

  3. [3]

    파킨슨병 환자의 90% 안팎이 후각 저하를 겪으며 운동 증상보다 앞설 수 있다

    출처: Doty RL, Olfactory dysfunction in Parkinson disease, Nat Rev Neurol 2012, https://pubmed.ncbi.nlm.nih.gov/?term=Olfactory+dysfunction+in+Parkinson+disease+Doty+2012

  4. [4]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 약 10% 수준 추정,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 운영

    출처: 중앙치매센터, https://www.nid.or.kr

  5. [5]

    미각·후각 소실은 코로나19 주요 증상 중 하나

    출처: 질병관리청, https://www.kdca.go.kr

  6. [6]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며 신경세포가 줄어드는 질환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s://health.kdca.go.kr

  7. [7]

    만 60세 이상 치매안심센터 무료 치매 선별검사

    출처: 보건복지부, https://www.mohw.go.kr

  8. [8]

    66세 이상 국가건강검진 인지기능장애 검사 2년 주기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https://www.nh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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