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길

폐암 말기, 임종이 가까워지면 몸은 어떻게 달라지나요?

14분 읽기

어제와 숨소리가 조금 다릅니다.

곁을 지키는 가족은 그 작은 차이에도 밤새 마음을 졸이게 됩니다. 의료진에게 묻기도 망설여지셨을 거예요. 몸이 보내는 신호를 미리 알아 두면 놀람이 줄어듭니다. 마지막 시간을 조금 더 차분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임종 징후,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나요?

임종 징후는 몸이 생명 유지 기능을 서서히 내려놓을 때 보이는 변화입니다. 의학과 법은 ’말기’와 ’임종과정’을 구분합니다. 말기는 수개월 이내 사망이 예상되는 시기입니다. 임종과정은 사망이 임박한 마지막 시기를 뜻합니다.

두 용어는 법에 정의돼 있습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연명의료결정법(연명치료 중단 결정을 다루는 법) 조문을 볼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2조는 “임종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법의 연명의료 조항은 2018년 2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임종과정 판단은 가족 몫이 아닙니다.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함께 내립니다.

폐암은 가족이 이 시간을 마주할 가능성이 큰 암입니다. 통계청 2023년 사망원인통계에서 폐암은 암 사망률 1위였습니다.

그렇다면 몸은 실제로 어떤 순서로 달라질까요?

몇 주 전부터 먼저 달라지는 것들

가장 먼저 보이는 변화는 잠과 식사입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줄고, 먹고 마시는 양이 크게 줄어듭니다. 보통 임종 몇 주 전부터 서서히 나타납니다. 시기와 속도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루 대부분을 주무십니다

깨워도 금세 다시 잠드시는 날이 늘어납니다. 몸이 쓰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흐름입니다. 억지로 깨워 대화를 이어 갈 필요는 없습니다.

음식과 물을 밀어내십니다

가족이 가장 힘들어하는 대목입니다. 굶기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우실 거예요. 하지만 이 시기의 몸은 음식을 소화하는 힘이 떨어져 있습니다. 억지로 드리면 흡인(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말수가 줄고 사람을 덜 찾으십니다

관심이 바깥에서 안쪽으로 옮겨 가는 시기입니다. 가족을 밀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손을 잡고 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여기까지는 눈으로 보이는 변화입니다. 다음 신호는 귀로 먼저 알아채게 됩니다.

숨소리가 바뀌면 며칠 앞이라는 뜻일까요?

그럴 가능성이 커집니다. 숨의 리듬과 소리 변화는 임종이 더 가까워졌다는 신호입니다. 2014년 국제 학술지 연구에서는 일부 호흡 변화가 사망 3일 이내를 높은 정확도로 가리켰습니다. 단,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연구는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 등이 진행했습니다(Hui 등, The Oncologist). 완화의료 병동 환자를 12시간마다 관찰한 자료입니다. 원문 정보는 PubMed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깊은 숨 뒤에 숨이 멈춥니다

체인-스토크스 호흡(깊고 빠른 숨과 멈춤이 반복되는 호흡)이라고 부릅니다. 멈춤은 몇 초에서 수십 초까지 이어집니다. 처음 보면 숨이 끊긴 줄 알고 놀라실 수 있어요.

턱이 함께 움직입니다

숨을 들이쉴 때 턱과 입이 크게 벌어집니다. 하악 호흡(턱으로 쉬는 숨)이라고 합니다. 위 연구에서 사망 임박을 가리킨 징후 중 하나였습니다.

가래 끓는 소리가 납니다

목에 고인 침과 가래를 삼키지 못해 나는 소리입니다. 대개 의식이 깊이 떨어진 뒤에 들립니다. 그래서 환자 본인은 크게 괴로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을 옆으로 돌려 눕히면 소리가 줄기도 합니다.

폐암이라 헷갈리는 부분

폐암은 병이 폐에 있습니다. 그래서 숨참과 기침은 임종 훨씬 전부터 이어질 수 있어요. 숨이 차다는 것만으로 임종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리듬이 바뀌고 멈춤이 생기는지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숨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무렵, 손끝과 발끝에서도 신호가 옵니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색이 변하는 이유는?

심장이 남은 힘을 몸 중심으로 모으기 때문입니다. 손발로 가는 혈액이 줄면서 피부가 차가워집니다. 무릎과 발에 보랏빛 그물 무늬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순환 변화는 대개 마지막 며칠에 두드러집니다.

피부에 얼룩이 생깁니다

혈액순환이 줄어 생기는 그물 모양 얼룩을 모틀링이라고 합니다. 청색증(산소 부족으로 입술·손톱이 푸르게 변하는 상태)도 함께 올 수 있습니다.

소변이 줄고 색이 진해집니다

콩팥으로 가는 혈액도 줄기 때문입니다. 2014년 연구 분석에서 소변 감소도 사흘 이내 신호 목록에 들었습니다. 손목 맥박이 잘 잡히지 않는 변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차가운 손발에 이불을 겹겹이 덮을 필요는 없습니다. 가벼운 담요 한 장이면 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몸의 변화보다 가족을 더 당황하게 하는 일이 있습니다.

혼란스러워하신다고 모두 임종 신호는 아닙니다

섬망(갑자기 생기는 의식·주의력의 혼란)은 말기 암에서 아주 흔합니다. 2000년 캐나다 연구에서 말기 암 환자의 88%가 사망 전 섬망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연구에서 섬망 에피소드의 49%는 회복됐습니다. 원인에 따라 되돌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연구(Lawlor 등,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원문은 PubMed에서 볼 수 있습니다.

되돌릴 수 있는 원인이 섞여 있습니다

혼란이 하루 이틀 사이 갑자기 생겼나요? 그렇다면 ‘때가 됐구나’ 하고 넘기지 마세요. 담당 의료진에게 먼저 알리시면 됩니다. 원인을 찾으면 더 또렷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도 있습니다. 섬망 증상 가족 대처

그렇다면 대답조차 없으실 때는 어떨까요?

대답이 없어도 듣고 계실까요?

듣고 계실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0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이 반응 없는 호스피스 환자의 뇌파를 측정했습니다. 일부 환자에게서 소리에 대한 뇌 반응이 건강한 사람과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연구 대상이 소수였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원문은 PubMed에 공개돼 있습니다.

그래도 곁에서 이름을 불러 드릴 이유는 충분합니다. 고마웠다는 말. 미안했다는 말.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변화가 보이면 무엇부터 확인할까요?

먼저 담당 의료진이나 호스피스팀에 지금 보이는 변화를 알리세요. 다음으로 연락할 가족을 정해 두시면 됩니다. 환자가 미리 남긴 연명의료 관련 뜻이 있는지도 확인해 보세요.

세계보건기구는 완화의료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관련된 문제를 겪는 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접근”이라고 정의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서 완화의료가 필요한 사람 가운데 실제로 받는 비율은 약 14%에 그칩니다. 아직 호스피스를 알아보지 않으셨다면 중앙호스피스센터 누리집에 기관 정보가 있습니다. 폐암 자체에 대한 정보는 국가암정보센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건강할 때 미리 남기는 연명치료 의사 문서) 안내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시기별 변화 한눈에 보기

대략의 시기흔히 보이는 변화곁에서 할 수 있는 일
몇 주 전잠 증가, 식사·물 감소, 말수 감소억지로 먹이지 않기, 입술 적셔 드리기
며칠 전숨 리듬 변화, 턱 호흡, 손발 냉감, 소변 감소의료진에 변화 알리기, 가족 연락
몇 시간-하루가래 끓는 소리, 긴 숨 멈춤, 피부 얼룩옆으로 눕히기, 손 잡고 말 건네기

순서와 시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일부 징후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연명의료결정법 조문과 통계청·세계보건기구 자료, 국제 학술지 연구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환자 상태 판단은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주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임종 징후가 나타나면 보통 얼마나 남은 건가요?

정해진 시간표는 없습니다. 잠과 식사 변화는 몇 주 전부터, 숨 멈춤과 턱 호흡은 마지막 며칠에 주로 보고됩니다. 2014년 연구에서도 이런 징후가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남은 시간은 환자를 직접 보는 담당 의료진에게 묻는 편이 정확합니다.

Q

식사를 거부하시면 수액이라도 놓아 드려야 하나요?

임종이 가까운 시기에는 몸이 수분을 처리하는 힘도 떨어집니다. 수액이 가래나 부종을 늘릴 수 있어 의료진이 상태를 보고 판단합니다. 가족이 혼자 정하기보다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젖은 거즈로 입술과 입안을 적셔 드리면 입마름을 덜 수 있습니다.

Q

가래 끓는 소리가 나면 환자가 숨이 막혀 고통스러운 건가요?

이 소리는 목에 고인 침과 가래를 삼키지 못해 생깁니다. 대개 의식이 깊이 떨어진 뒤에 나타나 환자 본인은 크게 괴로워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몸을 옆으로 돌려 눕히면 소리가 줄기도 합니다. 걱정되시면 의료진에게 알려 도움을 받으세요.

Q

갑자기 정신이 또렷해지고 말씀을 많이 하시면 좋아지신 건가요?

임종 전 일시적으로 의식이 맑아지는 사례가 의학 문헌에 보고돼 있습니다. 다만 얼마나 자주, 왜 생기는지는 아직 연구가 부족합니다. 회복으로 단정하기보다 그 시간을 함께 보내세요. 변화는 의료진에게도 알려 주시면 좋습니다.

Q

말기와 임종과정은 누가 판단하나요?

연명의료결정법상 말기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진단합니다. 임종과정도 담당의사와 전문의 1명이 함께 판단합니다. 가족이 증상만 보고 법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궁금한 점은 담당 의료진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출처 및 인용

  1. [1]

    임종과정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정의되며,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판단

    출처: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2조·제16조,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

  2. [2]

    2023년 사망원인통계에서 폐암은 암 사망률 1위

    출처: 통계청 2023년 사망원인통계, https://kostat.go.kr

  3. [3]

    완화의료가 필요한 사람 중 실제로 받는 비율은 약 14%

    출처: WHO Palliative care fact sheet,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palliative-care

  4. [4]

    체인-스토크스 호흡, 턱 호흡, 그르렁거림, 소변 감소, 손목 맥박 소실이 사망 3일 이내를 높은 정확도로 시사

    출처: Hui D et al., Clinical signs of impending death in cancer patients, The Oncologist 2014, https://pubmed.ncbi.nlm.nih.gov/?term=Hui+clinical+signs+of+impending+death+cancer

  5. [5]

    말기 암 환자 88%가 사망 전 섬망을 겪었고, 섬망 에피소드의 49%는 회복

    출처: Lawlor PG et al., Occurrence, causes, and outcome of delirium in patients with advanced cancer,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2000, https://pubmed.ncbi.nlm.nih.gov/?term=Lawlor+delirium+advanced+cancer

  6. [6]

    반응이 없는 호스피스 환자 일부에게서 소리 자극에 대한 뇌 반응이 건강한 사람과 비슷하게 나타남

    출처: Blundon EG et al., Electrophysiological evidence of preserved hearing at the end of life, Scientific Reports 2020, https://pubmed.ncbi.nlm.nih.gov/?term=Blundon+preserved+hearing+end+of+life

  7. [7]

    호스피스 기관 정보 및 이용 안내

    출처: 중앙호스피스센터, https://hospice.go.kr

  8. [8]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등록 안내

    출처: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https://www.l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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