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길

치매는 뇌의 어디부터 무너지나요?

14분 읽기

치매는 뇌에서 무엇이 무너지는 병인가요?

치매는 하나의 병 이름이 아닙니다. 기억, 판단, 언어를 맡는 뇌세포가 손상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상태를 묶어 부르는 말입니다. 원인이 되는 질환은 70가지가 넘습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는 그중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흔하다고 정리합니다.

사람의 뇌 무게는 약 1.4kg입니다. 그 안에 신경세포가 860억 개쯤 들어 있습니다. 이 세포들은 서로 손을 잡듯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치매에서는 이 연결이 하나씩 끊깁니다.

끊기는 순서가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아무 데나 무작위로 망가지지 않습니다. 어느 부위가 먼저 상하느냐에 따라 처음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같은 치매라도 어떤 분은 기억부터, 어떤 분은 성격부터 변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치매가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가 아니며,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사례의 60-70%를 차지한다고 명시합니다. (WHO Dementia fact sheet)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뇌 안에서는 정확히 무엇이 쌓이는 걸까요. 치매 초기증상 건망증 구분

아밀로이드와 타우, 두 단백질은 어떻게 다른가요?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세포 바깥에 덩어리로 쌓입니다. 타우 단백질은 뇌세포 안에서 실타래처럼 엉킵니다. 위치가 다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이 두 가지가 함께 관찰될 때 붙는 이름입니다.

순서도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먼저 아밀로이드가 쌓입니다. 그 뒤에 타우가 번집니다. 세포가 죽는 것은 타우가 퍼진 뒤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놀라시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 변화가 증상보다 훨씬 먼저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뇌영상과 뇌척수액 표지자를 추적한 연구들은 아밀로이드 침착이 첫 기억력 저하보다 15-20년 앞서 진행된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60대에 증상이 보였다면, 뇌 안에서는 40대에 이미 첫 단추가 끼워졌을 수 있습니다. 무섭게 들리시겠지만 뒤집어 보면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손 쓸 시간이 15년 넘게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구분아밀로이드 베타타우
쌓이는 위치신경세포 바깥신경세포 안쪽
모양판(plaque) 형태 덩어리엉킨 실타래(신경섬유매듭)
증상과의 관계증상 15-20년 전부터 침착퍼진 부위와 증상이 거의 일치
확인 방법아밀로이드 PET, 뇌척수액 검사타우 PET, 뇌척수액 검사

그런데 왜 하필 기억이 가장 먼저일까요.

기억이 먼저 사라지는 이유는 해마에 있습니다

해마(기억을 새로 저장하는 뇌 부위)는 타우가 가장 이른 시기에 도달하는 곳입니다. 새 기억을 만드는 공장이 먼저 멈추는 셈입니다. 그래서 옛날 일은 또렷한데 어제 통화는 통째로 비는 현상이 생깁니다.

부모님이 같은 질문을 30분 간격으로 반복하신다면, 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저장이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야단쳐도 소용이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해마가 줄어들면 다음은 두정엽과 측두엽입니다. 길을 잃거나, 물건 이름이 안 떠오르는 증상이 이때 나옵니다. 마지막으로 전두엽까지 번지면 판단력과 감정 조절이 흔들립니다.

손상 부위별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같은 자료를 봐도 원인 질환이 다르면 이 순서가 통째로 바뀝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혈관성 치매입니다.

혈관성 치매는 원인이 완전히 다릅니다

혈관성 치매는 단백질이 아니라 혈액이 문제입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그 부위 세포가 굶어 죽습니다. 국내 통계에서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유형입니다. 질병관리청은 고혈압과 당뇨병을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제시합니다.

진행 모양새부터 다릅니다. 알츠하이머병이 완만한 내리막이라면, 혈관성 치매는 계단입니다. 멀쩡하다가 어느 날 뚝 떨어지고, 한동안 유지되다가 또 뚝 떨어집니다.

가족들이 “작년 추석까지는 괜찮으셨는데”라고 말씀하시는 사례가 여기 해당합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뇌혈관 사건을 의심할 근거가 됩니다.

두 가지가 섞인 혼합형도 드물지 않습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섞여 있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그래서 검사에서 원인을 하나로만 못 박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이는 못 바꿔도, 원인의 절반 가까이는 바꿀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나이입니다. 이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2024년 국제 의학저널 랜싯의 치매 위원회 보고서는 교정 가능한 위험 요인 14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14가지 위험 요인을 모두 없앨 경우 이론적으로 전 세계 치매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Lancet Commission 2024, PubMed 검색)

45%는 개인이 반드시 그만큼 피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인구 전체로 봤을 때의 추산치입니다. 그래도 손댈 자리가 절반 가까이 된다는 자료는 분명 힘이 됩니다.

이 중 중년기(45-65세)에 특히 무게가 실리는 항목들이 있습니다.

  1. 난청: 단일 요인 중 기여도가 가장 큰 축에 듭니다. 보청기 사용이 권고됩니다.
  2. 고혈압: 중년기 혈압 관리가 뇌혈관을 지킵니다.
  3. 높은 LDL 콜레스테롤: 2024년 보고서에서 새로 추가됐습니다.
  4. 비만·당뇨병: 뇌 혈류와 염증에 함께 작용합니다.
  5. 사회적 고립과 우울: 노년기 기여도가 큽니다.
  6. 흡연·과음·대기오염·머리 외상·교육 기회 부족·시력 저하·신체 비활동

부모님 댁에 가셨을 때 TV 소리가 유난히 크다면, 그건 청력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안 들리면 대화가 줄고, 대화가 줄면 뇌 자극이 줄어듭니다.

건망증과 치매, 뇌에서 갈리는 지점은?

건망증은 저장은 됐는데 꺼내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힌트를 주면 떠오릅니다. 치매는 저장 자체가 안 된 상태입니다. 힌트를 줘도 그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이 차이가 뇌에서는 해마의 기능 유무로 갈립니다.

다음 항목 중 겹치는 것이 많을수록 검사를 미루지 않으시길 권합니다.

중간 단계도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입니다. 검사에서는 또래보다 낮게 나오지만 일상생활은 아직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 단계에서 관리하면 진행을 늦출 여지가 있습니다.

검사는 어디서, 얼마에 받나요?

가까운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에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만 60세 이상은 선별검사 비용이 0원입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가 전국 시군구에 설치해 운영하는 사업입니다.

절차는 3단계입니다.

  1. 선별검사: 치매안심센터, 15분 내외, 무료
  2. 진단검사: 신경인지검사와 진찰, 협약 병원 연계
  3. 감별검사: 혈액검사와 뇌영상으로 원인 질환 구분

선별검사에서 이상이 나와도 곧바로 치매는 아닙니다. 우울증, 갑상선 질환, 비타민 B12 결핍처럼 되돌릴 수 있는 원인도 이 과정에서 걸러집니다. 그래서 감별검사가 필요합니다.

진단을 받으신 뒤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보험(노인 돌봄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을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인지 기능 저하만 있어도 인지지원등급 판정이 가능합니다.

원인을 아는 일은 겁을 주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어디를 지켜야 할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혈압 수첩 한 권, 보청기 한 개가 뇌를 지키는 도구가 됩니다. 장기요양보험 인지지원등급

이 글은 세계보건기구,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질병관리청의 공개 자료를 근거로 정리되었습니다. 개별 증상에 대한 판단은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매는 유전인가요? 부모님이 치매면 저도 걸리나요?

대부분의 알츠하이머병은 단일 유전자로 대물림되지 않습니다. 60세 이전에 발병하는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은 전체의 1% 안팎에 그칩니다. 다만 가족력이 있으면 위험도는 다소 올라갑니다. 혈압, 청력, 운동처럼 바꿀 수 있는 요인을 중년기부터 관리하는 편이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Q

아밀로이드가 쌓였다고 나오면 반드시 치매가 되나요?

아닙니다. 인지 기능이 정상인 고령자에게서도 아밀로이드 침착이 발견되는 사례가 상당수 보고됐습니다. 침착은 위험을 높이는 조건이지 확정 진단이 아닙니다. 실제 증상은 타우가 해마와 대뇌피질로 번진 뒤에 나타납니다.

Q

치매 검사는 어느 과로 가야 하나요?

신경과가 기본이고, 행동이나 감정 변화가 두드러지면 정신건강의학과도 함께 봅니다. 병원부터 가기 부담스러우시면 거주지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 선별검사를 먼저 받으시는 방법이 있습니다. 만 60세 이상이면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Q

술과 담배는 뇌에 얼마나 영향을 주나요?

랜싯 위원회 2024년 보고서는 흡연과 과음을 교정 가능한 14가지 위험 요인에 나란히 포함했습니다. 과음은 뇌 부피 감소와 직접 연결되는 자료가 축적돼 있습니다. 금연과 절주는 뇌혈관과 신경세포 양쪽에 작용합니다.

출처 및 인용

  1. [1]

    치매는 정상적인 노화의 일부가 아니며 알츠하이머병이 전체 치매의 60-70%를 차지한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Dementia fact sheet,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ementia

  2. [2]

    교정 가능한 치매 위험 요인 14가지를 모두 제거하면 이론상 전 세계 치매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지연할 수 있다

    출처: Lancet Commission on dementia prevention, intervention and care 2024 report, https://pubmed.ncbi.nlm.nih.gov/?term=Lancet+Commission+dementia+prevention+2024

  3. [3]

    만 60세 이상은 전국 시군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출처: 보건복지부 치매국가책임제 안내, https://www.mohw.go.kr

  4. [4]

    국내 치매 원인 질환 중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혈관성 치매가 그 뒤를 잇는다

    출처: 중앙치매센터 대한민국 치매현황 보고서, https://www.nid.or.kr

  5. [5]

    고혈압과 당뇨병은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인이며 혈관성 치매와 직결된다

    출처: 질병관리청 심뇌혈관질환 정보, https://www.kdca.go.kr

  6. [6]

    치매 진단 후 인지 기능 저하만으로도 장기요양보험 인지지원등급 신청이 가능하다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인장기요양보험, https://www.nhi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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