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길

건망증일까, 치매 신호일까? 가족이 먼저 볼 변화 7가지

14분 읽기

같은 질문을 또 하십니다.

방금 알려드린 약속 시간을 다시 물으십니다. 냄비를 태우는 날도 잦아졌습니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고 넘기기엔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하셨을 거예요. 그 불편함은 흘려보낼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겁부터 내실 일도 아닙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만 알면 됩니다.

치매 전조증상, 정확히 어떤 변화를 말하나요?

치매 전조증상은 기억력·판단력·언어 능력이 떨어지는 초기 변화입니다. 이 때문에 일상에 작은 불편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깜빡하는 횟수보다 “예전엔 하던 일을 이제 못 하시는가”가 기준입니다. 치매는 하나의 병명이 아닙니다. 여러 원인 질환이 만든 상태를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치매 인구는 약 5,700만 명입니다. 국내 통계도 가볍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서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은 9.25%였습니다. 10명 중 1명꼴이죠. 같은 발표는 국내 치매 환자가 2026년에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치매 팩트시트는 나이가 가장 강한 위험 요인이라고 밝힙니다. 그러나 치매가 생물학적 노화의 피할 수 없는 결과는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나이 탓”으로만 넘길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흔한 건망증과는 어디서 갈릴까요?

깜빡하는 것과 치매 신호는 어디서 갈릴까요?

가장 쉬운 구별법은 힌트입니다. 힌트를 듣고 “아, 맞다” 하고 떠올리시면 건망증 쪽입니다. 힌트를 줘도 그 일 자체가 기억에 없다면 치매 신호일 수 있습니다. 잊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아시는지도 큰 차이입니다.

구분흔한 건망증치매 의심 신호
잊는 범위경험의 일부 (약속 시간 등)경험 전체 (약속한 일 자체)
힌트를 주면대부분 다시 떠올림힌트를 줘도 기억 못 함
본인 인식잊은 것을 알고 메모함잊은 사실을 모르거나 부인함
일상생활큰 지장 없음요리·돈 관리에서 실수 반복
변화 속도오랫동안 비슷함몇 달에 걸쳐 점점 심해짐

WHO는 전체 치매의 60-70%를 알츠하이머병으로 봅니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최근 일부터 잊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 기억을 저장하는 해마(기억을 붙잡아 두는 뇌 부위)가 먼저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옛날 일은 또렷한데 어제 일은 모르십니다. 이 모습에 가족이 오히려 안심하기도 하죠.

표로 보면 간단합니다. 문제는 실제 생활 속 변화가 훨씬 미묘하다는 점이에요. 건망증과 치매 차이

가족 눈에 먼저 띄는 변화 7가지는 무엇일까요?

본인보다 가족이 먼저 알아채는 변화가 많습니다. 아래 7가지 중 여러 개가 몇 달에 걸쳐 뚜렷해진다면 확인이 필요한 단계입니다. 한 번의 실수보다 반복되는지, 점점 심해지는지를 보세요.

  1. 같은 질문·이야기를 되풀이하십니다. 몇 분 전 들은 대답을 기억하지 못하고 다시 물으십니다.
  2. 익숙한 일을 순서대로 못 하십니다. 늘 하던 요리에서 재료를 빠뜨리거나 불 끄는 걸 잊으십니다.
  3. 날짜와 장소가 헷갈립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자주 묻고, 익숙한 길에서 방향을 잃으십니다.
  4. 말하다가 단어가 막힙니다. 물건 이름 대신 “그거, 저기 그거”가 늘어납니다.
  5. 돈 계산이 서툴러집니다. 공과금을 두 번 내거나 거스름돈 계산을 어려워하십니다.
  6. 물건을 엉뚱한 곳에 두고 남을 의심하십니다. 지갑을 냉장고에 넣고 “누가 가져갔다”고 하시기도 합니다.
  7. 성격과 의욕이 달라집니다. 좋아하던 모임을 피하고, 쉽게 화내거나 무기력해지십니다.

이 목록은 중앙치매센터가 안내하는 치매 초기 증상과 대부분 겹칩니다. 특히 6번과 7번은 기억력 문제로 보이지 않아 놓치기 쉽습니다. 성격이 변했다고만 여기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신호가 보인다고 곧 치매는 아닙니다. 그 사이에는 이름이 따로 붙은 단계가 하나 있습니다. 치매 초기 행동 변화

’경도인지장애’라는 말, 치매와 같은 뜻인가요?

같지 않습니다. 경도인지장애(치매 전 단계의 가벼운 인지 저하)는 기억력 등이 같은 나이보다 떨어진 상태입니다. 그래도 혼자 일상생활은 해내십니다. 정상 노화와 치매 사이의 중간 지대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는 65세 이상 경도인지장애 유병률을 28.42%로 추정했습니다.

10명 중 3명꼴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흔하죠.

모두 치매로 넘어갈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는 경도인지장애의 치매 전환율을 연간 10-15%로 봅니다. 정상 노인의 연 1-2%보다는 크게 높은 수치입니다. 뒤집어 보면 해마다 대부분은 치매로 넘어가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단계를 알아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변화를 일찍 알아챌수록 지켜볼 시간이 늘어납니다.

여기서 하나 더 짚을 것이 있습니다. 치매처럼 보이는데 원인이 전혀 다른 경우입니다.

치매처럼 보여도 전혀 다른 원인일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우울증, 갑상샘 기능 저하, 비타민 B12 부족으로도 기억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복용 중인 약이 원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원인을 치료하면 인지 증상이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치매”라고 단정하기 전에 원인 확인이 먼저입니다.

우울증이 만드는 ‘가성치매’

노년기 우울증은 기억력 저하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를 가성치매(우울증 때문에 치매처럼 보이는 상태)라고 부릅니다. 이때는 본인이 “기억이 안 난다”고 먼저 호소하는 편입니다. 질문에 “모르겠다”는 대답도 잦습니다. 치매에서는 기억 문제를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대조적입니다.

며칠 사이 갑자기 나빠졌다면, 섬망

섬망(갑작스러운 의식 혼란 상태)은 수 시간에서 며칠 사이에 생깁니다. 감염, 탈수, 수술 뒤, 약 변경이 흔한 계기입니다. 치매는 몇 달, 몇 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합니다. 속도부터 다릅니다. 갑작스러운 혼란은 응급 상황일 수 있어 곧바로 진료가 필요합니다.

먹는 약이 영향을 줄 때

수면제나 일부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감기약 성분)는 노인의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임의로 끊지 마시고, 드시는 약을 목록으로 적어 두세요. 진료 때 원인을 찾는 데 쓰입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 노인 우울증, 섬망, 치매 정보를 각각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 확인을 받아보는 게 좋을까요?

언제 인지 검사를 받아보면 좋을까요?

7가지 변화가 몇 달째 이어지거나 1년 전과 확연히 다르다면 확인해 볼 시점입니다. 만 60세 이상은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선별검사 결과가 나쁘다고 곧 치매 진단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검사 절차와 준비물은 따로 정리된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치매안심센터 무료 검사

오늘 가족이 할 수 있는 첫걸음은 무엇일까요?

진단은 전문의가 하지만, 관찰은 가족이 가장 잘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잊으셨는지 날짜와 함께 적어 두세요. 2-3주만 모아도 흐름이 보입니다.

검사 이야기를 꺼낼 때도 요령이 있습니다. “치매 검사”보다 “건강검진 겸 기억력도 한번 보자”가 훨씬 부드럽게 들립니다. 용어가 낯설다면 대한치매학회의 일반인 자료도 참고해 보세요.


이 글은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세계보건기구(WHO),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식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인의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걱정되시면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매 전조증상은 보통 몇 살부터 나타나나요?

대부분 65세 이후에 늘어납니다. 하지만 65세 전에 시작되는 초로기 치매(조기 발병 치매)도 있습니다. 나이보다는 변화가 반복되고 점점 심해지는지를 보셔야 합니다.

Q

건망증이 심해지면 결국 치매가 되나요?

건망증 자체가 치매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깜빡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면 경도인지장애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알아채면 변화를 지켜볼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Q

치매가 의심되면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하나요?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합니다. 병원에 따라 기억장애 클리닉을 따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부터 받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Q

부모님이 검사를 거부하시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치매"라는 말 대신 건강검진이나 기억력 점검으로 권해 보세요. 추궁하듯 말하면 거부감이 커집니다. 어떻게 말을 꺼낼지 막막하시면 치매상담콜센터(1899-9988)에서 가족 상담을 24시간 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인용

  1. [1]

    2021년 기준 전 세계 치매 인구 약 5,700만 명, 알츠하이머병이 전체의 60-70% 차지, 치매는 노화의 필연적 결과가 아님

    출처: 세계보건기구(WHO) Dementia Fact Sheet,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ementia

  2. [2]

    2023년 치매역학조사 기준 65세 이상 치매 유병률 9.25%, 경도인지장애 유병률 28.42%, 치매 환자 2026년 100만 명 초과 전망

    출처: 보건복지부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 발표, https://www.mohw.go.kr

  3. [3]

    경도인지장애의 연간 치매 전환율 10-15%, 정상 노인은 연 1-2%

    출처: 중앙치매센터, https://www.nid.or.kr

  4. [4]

    만 60세 이상 치매안심센터 무료 인지선별검사, 전국 보건소 256곳 설치, 치매상담콜센터 1899-9988 24시간 운영

    출처: 중앙치매센터 치매안심센터 안내, https://www.nid.or.kr

  5. [5]

    66세 이상 국가건강검진에 인지기능장애 설문 검사 포함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 안내, https://www.nhis.or.kr

  6. [6]

    노인 우울증, 섬망, 치매는 각각 다른 질환으로 구분됨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s://health.kdc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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