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길

부모님이 치매라면 나도 걸릴까? 유전이 차지하는 몫

14분 읽기

치매는 정말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병인가요?

대부분은 아닙니다. 부모의 치매가 자녀에게 그대로 옮겨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유전자 하나로 발병이 정해지는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전체의 1% 미만입니다. 나머지는 나이와 여러 유전자, 생활 요인이 함께 작용합니다.

진단 소식을 들은 날, 걱정이 많으셨을 거예요. 그 걱정은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향합니다. “나도 저렇게 되는 걸까.” 이 질문에서 출발해 보겠습니다.

치매는 하나의 병 이름이 아닙니다.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져 일상이 어려워진 ’상태’를 말합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치매 인구는 약 5,700만 명입니다.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약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됩니다(중앙치매센터).

세계보건기구는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라고 밝힙니다. 전체 사례의 60-7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치매 유전”을 물을 땐 어떤 치매인지부터 따져야 합니다. 그 전에 가족력을 한번 짚어 보세요.

우리 집 가족력 자가 점검

첫 항목만 해당된다면 흔한 경우입니다. 두세 번째가 겹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 차이는 유전자 이름에서 갈립니다. 치매 초기 증상 건망증 차이

’결정 유전자’와 ‘위험 유전자’, 이름부터 다릅니다

치매 관련 유전자는 크게 두 종류입니다. 결정 유전자는 변이가 있으면 거의 예외 없이 발병합니다. 위험 유전자는 가능성만 높일 뿐 발병을 정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가족이 걱정하는 쪽은 사실 위험 유전자입니다.

결정 유전자: APP·PSEN1·PSEN2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이 세 유전자를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설명합니다. APP는 아밀로이드 전구체 단백질 유전자입니다. PSEN1·PSEN2는 프리세닐린 유전자입니다.

이 변이는 상염색체 우성(한쪽 부모에게서만 받아도 나타나는 방식)으로 전해집니다. 부모 한 명이 변이를 지녔다면 자녀가 물려받을 확률은 50%입니다. 증상은 주로 30대에서 60대 중반 사이에 나타납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이런 가계는 전체의 1%가 되지 않습니다.

위험 유전자: APOE

APOE(아포지단백질 E, 콜레스테롤을 나르는 단백질 유전자)는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그중 ε4라는 형태가 위험을 높입니다. 그래도 발병 여부까지 정하지는 않습니다.

구분결정 유전자위험 유전자
대표 유전자APP·PSEN1·PSEN2APOE ε4
발병과의 관계변이 시 거의 발병가능성만 높임
흔한 정도알츠하이머병의 1% 미만인구 약 25%가 1개 보유
주된 발병 시기65세 이전65세 이후
자녀 전달50% 확률전달되나 발병은 별개

인구 4명 중 1명이 가진 ε4, 얼마나 걱정해야 할까요? 숫자를 보면 생각이 조금 바뀝니다.

ε4가 있으면 꼭 치매가 생기나요?

아닙니다. ε4는 위험을 높이는 요인일 뿐입니다. ε4가 있어도 평생 치매 없이 지내는 분이 많습니다. 반대로 ε4가 없어도 알츠하이머병은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자료로 보면 ε4를 1개 가진 사람은 약 25%입니다. 2개를 가진 사람은 2-3%입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위험의 크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숫자가 크게 느껴지시죠? 그런데 ’배수’는 확률 그 자체가 아닙니다. 기준 위험에 곱하는 값입니다. 같은 2배라도 나이와 혈압, 생활습관에 따라 실제 확률은 크게 달라집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는 APOE ε4를 지녀도 알츠하이머병이 생기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ε4가 없는 사람에게도 병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그래서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APOE 검사를 일상적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결과가 미래를 알려 주지 못합니다. 불안만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이유입니다.

여기까지는 알츠하이머병 이야기였습니다. 치매 종류가 바뀌면 유전의 무게도 달라집니다.

같은 치매라도 종류마다 유전의 몫이 다릅니다

유전 영향은 치매 종류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위험 유전자의 영향을 받습니다. 혈관성 치매는 혈관 건강이 더 큰 원인입니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가족력이 비교적 자주 확인됩니다.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60-7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입니다. 뇌에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이 쌓이며 진행합니다. 고령 발병형은 APOE를 비롯한 여러 유전자가 조금씩 관여합니다. 치매 원인 아밀로이드 타우

혈관성 치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깁니다. 뇌졸중(중풍), 고혈압, 당뇨병이 주요 배경입니다. 집안에 고혈압이 많다면 유전자보다 혈관 관리 습관을 함께 봐야 합니다.

전두측두엽 치매

성격 변화나 언어 장애가 먼저 나타나는 유형입니다. 주로 45-64세에 발병합니다. MAPT·GRN·C9orf72 유전자 변이가 원인인 가계가 있습니다. 가족 여러 명이 젊은 나이에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면 진료 때 알리세요.

다운증후군과 치매

다운증후군은 21번 염색체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 염색체에 APP 유전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알츠하이머병이 비교적 이른 나이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종류를 알았다면 질문을 바꿔 볼 차례입니다. 유전이 아니라면, 나머지 몫은 무엇일까요?

유전보다 큰 몫, 바꿀 수 있는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나이입니다. 그다음이 생활 속에서 조절 가능한 요인들입니다. 2024년 랜싯 치매위원회는 14가지 요인을 꼽았습니다. 이 요인들이 전 세계 치매 사례의 약 45%와 관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2024년 랜싯 치매위원회 보고서는 14가지 위험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이 요인을 조절하면 치매 사례의 약 45%를 줄이거나 늦출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생애 시기위험 요인
어린 시절낮은 교육 수준
중년기청력 손실, 높은 LDL 콜레스테롤, 우울증, 외상성 뇌손상, 신체활동 부족, 당뇨병, 흡연, 고혈압, 비만, 과음
노년기사회적 고립, 대기오염, 시력 손실

결과는 이랬습니다. 청력 손실과 높은 LDL 콜레스테롤이 각각 약 7%로 가장 큰 몫이었습니다. 원 보고서는 PubMed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는 바꿀 수 없습니다. 하지만 표의 항목 대부분은 진료와 생활로 관리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치매 위험 요인과 관리법을 안내합니다. 치매 예방 생활습관

그렇다면 가족 입장에서는 언제 병원 문을 두드려야 할까요?

이런 가족력이라면 의료진과 먼저 이야기해 보세요

대부분의 가족력은 따로 유전 검사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이른 나이 발병이 여러 세대에 걸쳐 있다면 다릅니다. 신경과 진료 때 가족력을 자세히 알리세요. 필요하면 유전상담(검사 결과의 의미를 설명해 주는 진료)으로 이어집니다.

상담을 권하는 경우

진료 전에 적어 둘 것

이 세 가지만 있어도 상담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본인 기억력이 걱정되신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만 60세 이상은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보건복지부·중앙치매센터 안내). 2026년 10월 기준 전국 보건소에 설치돼 있습니다. 치매안심센터 무료 검사

부모님 진단을 계기로 내 건강을 돌아보셨다면, 그 자체로 좋은 첫걸음입니다.

이 글은 세계보건기구·미국 국립노화연구소·중앙치매센터·2024년 랜싯 치매위원회 자료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인의 진단과 검사 여부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할머니가 치매셨는데 저도 위험이 높은가요?

조부모 한 분이 고령에 치매를 앓은 것은 흔한 일입니다. 치매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여러 세대에 걸쳐 65세 이전 발병이 이어졌다면 신경과 진료 때 가족력을 알리시는 것이 좋습니다.

Q

APOE 유전자 검사를 미리 받아 보는 게 좋을까요?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APOE 검사는 일상적으로 권하지 않습니다. ε4가 있어도 치매가 생기지 않을 수 있고, 없어도 생길 수 있어 결과가 미래를 알려 주지 못합니다. 검사를 고민 중이라면 먼저 신경과 전문의와 유전상담을 받아 보세요.

Q

혈관성 치매도 자녀에게 유전되나요?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고혈압, 당뇨병 같은 혈관 문제가 주된 원인입니다. 특정 유전자가 직접 물려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집안에 혈관 질환이 많다면 혈압·혈당 관리가 더 직접적인 대응입니다.

Q

젊은 나이에 생기는 치매는 모두 유전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65세 이전에 발병했더라도 결정 유전자가 확인되는 경우는 일부입니다. 가족 여러 명이 비슷한 나이에 발병했을 때 유전 가능성을 더 자세히 살펴보게 됩니다.

Q

치매 유전 위험은 어느 과에서 상담하나요?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할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에는 유전상담을 함께 하는 클리닉이 있는 곳도 있습니다. 기억력 자체가 걱정된다면 만 60세 이상은 치매안심센터 무료 선별검사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인용

  1. [1]

    2021년 전 세계 치매 인구 약 5,700만 명, 알츠하이머병이 치매의 60-70% 차지

    출처: 세계보건기구 Dementia Fact Sheet,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dementia

  2. [2]

    APOE ε4 1개 보유자 약 25%, 2개 보유자 2-3%, 가족성 알츠하이머병(APP·PSEN1·PSEN2)은 부모 변이 시 자녀 50% 확률로 전달

    출처: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Alzheimer's Disease Genetics Fact Sheet, https://www.nia.nih.gov/health/alzheimers-causes-and-risk-factors/alzheimers-disease-genetics-fact-sheet

  3. [3]

    APOE ε4 1개 보유 시 위험 2-3배, 2개 보유 시 8-12배, 결정 유전자에 의한 알츠하이머병은 1% 미만

    출처: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Genetics, https://www.alz.org/alzheimers-dementia/what-is-alzheimers/causes-and-risk-factors/genetics

  4. [4]

    14가지 조절 가능한 위험 요인이 치매 사례의 약 45%와 관련, 청력 손실·높은 LDL 콜레스테롤 각 약 7%

    출처: Livingston G et al., Dementia prevention, intervention, and care: 2024 report of the Lancet standing Commission, https://pubmed.ncbi.nlm.nih.gov/?term=Lancet+Commission+dementia+prevention+2024

  5. [5]

    국내 65세 이상 약 10명 중 1명 치매 환자 추정, 만 60세 이상 치매안심센터 무료 선별검사

    출처: 중앙치매센터, https://www.nid.or.kr

  6. [6]

    치매 위험 요인과 관리 정보

    출처: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https://health.kdca.go.kr

← 생활·돌봄 목록으로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