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길

루이체 치매: 뇌 속 알파시누클레인이 만드는 병

13분 읽기

밤에 자다가 소리를 지릅니다.

옆에서 자던 배우자가 발에 차이기도 하고요. 낮에는 멀쩡하시다가 저녁에 “저기 아이가 있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검사상 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가족 입장에서는 답답하고, 어디에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는 상황이지요.

이 조합, 우연이 아닐 수 있습니다.

루이체 치매는 뇌에서 무엇이 잘못된 병인가요?

루이체 치매(Lewy body dementia)는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뇌 신경세포 안에 비정상 덩어리로 뭉쳐 쌓이는 병입니다. 이 덩어리를 발견자 이름을 따 ’루이체’라고 부릅니다. 덩어리가 쌓인 신경세포는 기능을 잃고 서서히 죽습니다. 알츠하이머의 아밀로이드와는 다른 단백질입니다.

조금 더 풀어 보겠습니다. 우리 뇌세포 안에서 알파시누클레인은 원래 신경 신호 전달을 돕는 정상 단백질입니다. 문제는 이 단백질이 잘못 접히면서(misfolding) 서로 들러붙을 때 생깁니다.

한번 들러붙기 시작하면 주변 단백질까지 같은 모양으로 끌어들입니다. 눈덩이처럼요.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루이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퇴행성 치매로 분류됩니다. 국내외 연구에서 전체 치매의 약 5%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흔하지 않다고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알츠하이머로 잘못 분류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치매 원인 아밀로이드 타우

왜 잘못 분류될까요.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가 우리가 아는 ’치매’와 다르기 때문입니다.

왜 기억력보다 헛것이 먼저 보이나요?

루이체가 쌓이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알츠하이머는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부터 침범합니다. 반면 루이체 치매는 뒤통수 쪽 시각을 처리하는 후두엽과 주의력을 조절하는 부위가 먼저 손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억은 비교적 유지되는데 헛것이 보입니다.

환시(실제로 없는 것이 보이는 증상)는 루이체 치매의 대표 신호입니다. 특징이 뚜렷합니다.

또 하나가 인지 기복입니다. 아침에는 대화가 또렷했다가 오후에 멍하니 계십니다. 몇 시간 만에 사람이 달라 보입니다. 가족이 “컨디션 차이”로 넘기기 쉬운 부분이지요.

대한신경과학회는 루이체 치매의 핵심 임상 특징으로 인지 기복, 반복되는 구체적 환시, 파킨슨 운동 증상, 렘수면행동장애 네 가지를 제시한다.

여기서 말씀드릴 게 하나 더 있습니다. 손 떨림이나 걸음이 느려지는 파킨슨 증상도 함께 옵니다. 알파시누클레인은 파킨슨병의 원인 단백질이기도 합니다. 두 병은 사실상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형제 관계입니다.

치매 초기 행동 변화

그렇다면 가장 먼저 오는 신호는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잠자리에서 나타납니다.

잠꼬대와 발길질이 왜 위험 신호인가요?

렘수면행동장애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렘수면(꿈꾸는 얕은 잠) 상태에서는 뇌가 몸의 근육을 잠가 둡니다. 루이체가 뇌줄기의 이 잠금 장치를 먼저 망가뜨리면, 꿈 내용을 그대로 몸으로 실행하게 됩니다. 소리 지르기, 발길질, 침대에서 떨어지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중요한 건 시점입니다. 국제 연구들은 렘수면행동장애가 인지 증상보다 평균 10년 이상 앞서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어떤 사례에서는 20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구분단순 잠꼬대렘수면행동장애
움직임거의 없음발길질, 주먹질, 침대 이탈
깨웠을 때기억 못 함꿈 내용을 또렷이 설명
발생 시각잠든 직후 포함새벽 쪽에 몰림
다칠 위험낮음본인·배우자 부상 사례 있음

표에서 오른쪽에 해당한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준으로 수면다원검사는 2018년 7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됩니다. 조건을 충족하면 본인부담률은 20%입니다.

검사 자료가 쌓이면 진단이 빨라집니다. 그런데 이 병에서 진단 시점보다 더 급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원인은 유전인가요, 생활습관인가요?

대부분은 유전되지 않습니다. 루이체 치매의 절대다수는 뚜렷한 가족력 없이 발생하는 산발성입니다. 명확한 단일 유전자가 원인인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다만 SNCA, GBA 같은 유전자 변이가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보고는 있습니다. 나이가 가장 큰 위험 요인입니다.

숫자로 보겠습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서 202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를 넘었습니다. 치매 유병률은 65세 이후 5년마다 약 2배씩 높아진다는 것이 국내외 역학 조사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고령 인구가 늘면 루이체 치매 환자 수도 함께 늘어납니다.

남성에게서 더 흔하다는 점도 알츠하이머와 다릅니다. 여러 코호트 자료에서 남성 비율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지금 확실히 밝혀진 것과 아직 모르는 것을 나눠 드리겠습니다.

확인된 위험 요인

아직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는 것

인터넷에는 “이것 때문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가족을 탓하거나 자책하실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 병에서 절대 놓치면 안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약물 과민반응입니다. 루이체 치매 환자의 상당수는 일반적인 항정신병약(할로페리돌 등 정형 계열)에 심각한 부작용을 보입니다. 몸이 굳고, 의식이 떨어지고, 드물게 생명을 위협하는 반응까지 보고됩니다. 환시를 진정시키려 처방한 약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명을 정확히 아는 것이 치료보다 먼저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항정신병 약물 허가사항에 치매 관련 정신병 증상이 있는 고령 환자에서 사망 위험 증가가 보고됐다는 경고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가족이 지금 하실 수 있는 일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증상 일지를 쓰십시오. 환시가 나타난 시각, 멍한 시간대, 잠자리 움직임을 날짜별로 적습니다. 진료실 5분보다 이 기록이 훨씬 정확합니다.
  2. 복용 중인 약을 전부 챙겨 가십시오. 다른 과에서 받은 약까지 포함해서요.
  3. 가까운 치매안심센터에 연락하십시오. 보건복지부가 전국 시군구에 운영하는 기관으로, 60세 이상은 선별검사를 무료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4. 침대 주변을 정리하십시오. 협탁 모서리, 유리컵, 스탠드를 치우면 수면 중 부상을 줄일 수 있습니다.

환시를 보실 때 “그런 거 없어요”라고 부정하면 대개 갈등만 커집니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권장하는 방식은 감정을 먼저 받아 주는 것입니다. “놀라셨겠어요. 제가 한번 볼게요”라고 말한 뒤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리는 편이 낫습니다.

치매안심센터 무료 검사

아직 완치 방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병의 이름을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 피할 수 있는 위험이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약 문제가 그렇습니다.

이 글은 정부 1차 출처(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중앙치매센터, 통계청)를 기반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진단과 처방은 반드시 신경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루이체 치매와 파킨슨병 치매는 다른 병인가요?

원인 단백질은 알파시누클레인으로 동일하고, 증상이 나타나는 순서로 구분합니다. 인지 저하가 먼저 오거나 운동 증상과 1년 이내에 함께 오면 루이체 치매로 봅니다. 파킨슨 운동 증상이 1년 넘게 앞서면 파킨슨병 치매로 분류합니다. 국제 진단 기준상의 편의적 구분이며, 치료 접근은 상당 부분 겹칩니다.

Q

환시가 보인다고 하면 무조건 루이체 치매인가요?

아닙니다. 섬망, 약물 부작용, 시력 저하로 인한 착시, 조현병 등 다른 원인으로도 환시가 생깁니다. 특히 고령에서 갑자기 생긴 환시는 감염이나 탈수로 인한 섬망인 경우가 많습니다. 며칠 사이 급격히 생겼다면 응급실 진료가 먼저입니다.

Q

어느 과에 가야 하나요?

신경과가 우선입니다. 인지 검사와 함께 운동 증상, 수면 문제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갈지 막막하시면 거주지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에 먼저 연락하시면 선별검사 후 협약 병원을 안내받으실 수 있습니다.

Q

잠꼬대가 심한 배우자, 지금 검사받아야 할까요?

꿈 내용대로 몸을 움직이고 본인이나 배우자가 다칠 위험이 있다면 수면다원검사를 권합니다. 다만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다고 모두 치매로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진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며, 우선은 침실 안전 조치가 시급합니다.

Q

가족력이 있으면 유전자 검사를 받는 게 좋을까요?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습니다. 루이체 치매 대부분은 산발성이며, 위험 유전자가 있어도 발병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예방이나 치료로 이어지지 않는 검사는 불안만 키울 수 있어 신경과 전문의와 상의 후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치매안심센터 검사는 정말 무료인가요?

60세 이상이면 선별검사는 무료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시군구 보건소를 통해 운영합니다. 선별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면 진단검사와 감별검사로 이어지며,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이 단계 비용도 지원받으실 수 있습니다.

출처 및 인용

  1. [1]

    루이체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에 이어 세 번째로 흔한 퇴행성 치매로 전체 치매의 약 5%를 차지

    출처: 중앙치매센터 치매 유형별 정보, https://www.nid.or.kr

  2. [2]

    수면다원검사는 2018년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요건 충족 시 본인부담률 20%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적용 안내, https://www.nhis.or.kr

  3. [3]

    60세 이상 치매 선별검사는 전국 시군구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 제공

    출처: 보건복지부 치매국가책임제 안내, https://www.mohw.go.kr

  4. [4]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초과

    출처: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https://kostat.go.kr

  5. [5]

    항정신병 약물은 치매 관련 정신병 증상이 있는 고령 환자에서 사망 위험 증가 경고 포함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안전성 정보, https://www.mfds.go.kr

  6. [6]

    렘수면행동장애가 알파시누클레인병증 인지 증상보다 평균 10년 이상 선행할 수 있음

    출처: PubMed, REM sleep behavior disorder as a prodromal marker of synucleinopathy, https://pubmed.ncbi.nlm.nih.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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