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 그냥 나이 탓일까요? 원인과 신호 7가지
근감소증, 정확히 어떤 상태를 말하나요?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며 근육량과 근력이 함께 줄어 일상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입니다. 근육이 적다는 사실만으로는 진단하지 않습니다. 힘이 약해졌는지, 걷고 일어서는 능력이 떨어졌는지를 함께 봅니다.
“근육 빠지는 것도 병인가요?” 이렇게 되묻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답은 분명합니다. 우리나라는 2021년 1월부터 근감소증에 별도 질병코드(M62.84)를 붙였습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국가 공식 질병 분류표) 8차 개정 때입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근감소증 정보를 따로 안내합니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고 넘길 일이 아니라는 뜻이지요.
유럽근감소증연구그룹(EWGSOP2)은 2019년 개정 합의문에서 근감소증을 “낙상, 골절, 신체 장애, 사망 위험을 높이는 진행성·전신성 골격근 질환”으로 규정했습니다.
노쇠·근감소성 비만과는 어떻게 다를까요?
- 근감소증: 근육량 감소에 근력 또는 신체 기능 저하가 겹친 상태
- 노쇠(frailty, 몸 전체의 회복 여력이 줄어든 상태): 피로, 체중 감소, 활동량 감소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
- 근감소성 비만(근육은 줄고 체지방은 늘어난 상태): 몸무게가 그대로라 가장 놓치기 쉬운 유형
세 용어는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출발점은 같습니다. 바로 근육입니다.
그렇다면 근육은 언제부터 줄기 시작할까요? 생각보다 훨씬 이른 나이입니다.
근육은 몇 살부터, 얼마나 줄어드나요?
근육량은 30대 이후 10년마다 약 3-8%씩 줄어듭니다. 60세를 넘기면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근력은 근육량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집니다.
이 수치는 PubMed에 실린 Volpi 연구팀의 2004년 리뷰가 정리한 내용입니다. 근육은 소리 없이 줄어듭니다. 하루하루는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다리에 힘이 없다”는 말이 나옵니다.
얼마나 흔할까요? 2022년 국제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모아 다시 분석한 연구)은 노인 유병률을 10-27%로 보고했습니다. 진단 기준에 따라 폭이 넓습니다. 낮게 잡아도 10명 중 1명꼴입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통계에서 2024년 12월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었습니다.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20% 이상 사회)에 들어선 것입니다. 근감소증을 가족 단위로 살펴봐야 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문제는 근육이 왜 이렇게 빠지느냐입니다. 원인은 하나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왜 근육이 빠질까요?
노화 자체, 활동량 감소, 영양 부족, 호르몬 변화, 만성질환이 겹쳐 생깁니다. 한 가지보다 두세 가지가 함께 작용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원인을 알면 부모님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보입니다.
1. 같은 양을 먹어도 근육이 덜 만들어집니다
나이가 들면 동화 저항(먹어도 근육 합성이 덜 일어나는 현상)이 생깁니다. 젊을 때와 같은 단백질을 드셔도 근육으로 덜 바뀝니다.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세포도 서서히 줄어듭니다.
2. 며칠만 누워 지내도 감소가 빨라집니다
2007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린 Kortebein 연구 결과는 놀랍습니다. 건강한 노인이 10일 침상 안정만 해도 다리 근육이 약 1kg 줄었습니다. 무릎을 펴는 힘은 약 16% 떨어졌습니다.
감기나 골절로 1-2주 누워 지내신 뒤 부쩍 기운이 없어지셨나요? 바로 이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3. 단백질과 열량이 모자랍니다
입맛이 줄고, 치아가 불편해집니다. 혼자 식사하는 날도 늘어납니다. 이런 변화가 단백질 섭취를 줄입니다. 보건복지부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서 65세 이상 단백질 권장섭취량은 남성 60g, 여성 50g입니다.
4. 근육을 지키던 호르몬이 줄어듭니다
성장호르몬과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은 나이와 함께 감소합니다. 여성은 폐경 뒤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이 줄어듭니다. 모두 근육 유지에 관여하는 호르몬입니다.
5. 만성질환과 염증이 근육을 소모시킵니다
당뇨병, 만성 콩팥병, 심부전, 암이 대표적입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숨길이 좁아지는 폐 질환)도 해당합니다. 몸속 낮은 수준의 염증이 오래가면 근육 분해가 빨라집니다.
원인을 알았다면 이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을 차례입니다. 그런데 이 신호, 체중계에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어떤 변화가 근감소증의 신호인가요?
걸음이 느려지고, 의자에서 손을 짚고 일어나고, 병뚜껑이 잘 안 열린다면 신호일 수 있습니다. 몸무게 변화가 없어도 팔다리가 가늘어졌다면 살펴볼 때입니다.
아래 7가지 중 몇 개가 해당하는지 세어 보세요.
- ☑ 횡단보도 초록불 안에 건너기가 빠듯하다
- ☑ 의자에서 일어날 때 팔걸이나 무릎을 짚는다
- ☑ 페트병이나 병뚜껑 열기가 버겁다
- ☑ 계단 10칸을 쉬지 않고 오르기 힘들다
- ☑ 지난 1년 사이 넘어진 적이 있다
- ☑ 4-5kg 장바구니를 들고 걷기 힘들다
- ☑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종아리가 눈에 띄게 가늘어졌다
이 중 다섯 항목은 국제 선별 설문 SARC-F(근감소증 5문항 자가 설문)와 겹칩니다. SARC-F는 10점 만점에 4점 이상이면 정밀 평가를 권합니다.
횡단보도가 왜 기준이 될까요?
아시아 진단 기준의 보행 속도 기준선은 초당 1.0m입니다. 경찰청 보행 신호 운영 기준도 일반 보행 속도를 초당 1.0m로 잡습니다. 초록불이 버겁다면 이 기준선 아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몸무게로는 왜 안 보일까요?
근육이 빠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면 몸무게는 그대로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근감소성 비만입니다. 배는 나오는데 팔다리는 가늘어졌나요? 이 유형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신호가 쌓이면 가장 걱정되는 일은 낙상입니다. 다리 힘이 버티지 못하는 순간 넘어지기 쉽습니다. 노인 낙상 예방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간단한 확인법은 무엇인가요?
종아리 둘레, 손가락 고리 테스트, 의자 5회 일어서기로 위험 여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선별용입니다. 진단은 병원 검사로 내립니다.
종아리 둘레 재기
줄자로 종아리의 가장 굵은 곳을 잽니다. 남성 34cm, 여성 33cm 미만이면 아시아 기준 선별 대상입니다.
손가락 고리 테스트
양손 엄지와 검지로 고리를 만듭니다. 종아리 가장 굵은 부분을 감싸 봅니다. 고리와 종아리 사이에 틈이 생기면 근육량 부족을 의심합니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이 고안한 방법입니다.
의자 5회 일어서기
팔짱을 끼고 의자에서 5번 연달아 일어섭니다. 12초 이상 걸리면 하체 기능 저하 신호입니다. 넘어질 수 있으니 가족이 옆에서 지켜봐 주세요.
아시아근감소증연구그룹(AWGS)은 2019년 진단 기준에서 근감소증을 “나이와 관련된 근육량 감소에 근력 저하 또는 신체 수행능력 저하가 함께 나타난 상태”로 정의합니다.
AWGS 2019 합의문이 제시한 병원 진단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 항목 | 남성 | 여성 |
|---|---|---|
| 악력(손아귀 힘) | 28kg 미만 | 18kg 미만 |
| 6m 보행 속도 | 초당 1.0m 미만 | 초당 1.0m 미만 |
| 의자 5회 일어서기 | 12초 이상 | 12초 이상 |
| 근육량(DXA 검사) | 7.0kg/m² 미만 | 5.4kg/m² 미만 |
| 근육량(체성분 분석) | 7.0kg/m² 미만 | 5.7kg/m² 미만 |
| 종아리 둘레(선별용) | 34cm 미만 | 33cm 미만 |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에도 단서가 있습니다. 66세·70세·80세 검진에는 노인신체기능검사(걷기·균형 검사)가 들어갑니다. 지난 검진 결과지를 다시 꺼내 보세요.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 병원 문을 두드려야 할까요?
어떤 경우에 병원에 가야 하나요?
자가 확인에서 두 가지 이상 걸리거나, 최근 1년 새 넘어지셨다면 진료를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갑자기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졌다면 근감소증이 아니라 응급 상황입니다.
| 상황 | 대응 |
|---|---|
| 갑자기 한쪽 팔다리 힘 빠짐, 말이 어눌함 | 즉시 119 (뇌졸중 의심) |
| 넘어진 뒤 일어서지 못함, 엉덩이 통증 | 응급실 |
| 6-12개월 새 의도치 않은 체중 5% 이상 감소 | 빠른 외래 진료 |
| 자가 확인 2개 이상, 서서히 기운이 빠짐 | 일반 외래 진료 |
어느 과로 가면 될까요?
노년내과(노인병 전문 진료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에서 주로 평가합니다. 지병으로 다니는 내과가 있다면 그곳에 먼저 말씀하셔도 됩니다.
병원에서는 악력계와 보행 속도 측정으로 기능을 봅니다. 근육량은 DXA(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 근육량 측정 검사)나 체성분 분석으로 확인합니다. 검사비와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병원과 검사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예약할 때 미리 물어보세요.
자녀가 먼저 알아챌 수 있는 장면이 있을까요?
전화 통화로는 거의 알 수 없습니다. 직접 만나 움직임을 보셔야 합니다. 명절이나 주말 방문이 좋은 관찰 기회입니다.
- 소파나 바닥에서 일어나실 때 무언가를 붙잡으시는지
- 함께 걸을 때 자꾸 뒤처지시는지
- 시장 봉투를 예전보다 자주 내려놓으시는지
- 바지 허리는 그대로인데 종아리 쪽이 헐렁해 보이는지
이런 장면이 보이면 “요즘 다리 힘은 어떠세요?” 하고 가볍게 여쭤 보세요. 부모님은 ’나이 탓’이라며 넘기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걱정 섞인 잔소리보다 함께 종아리를 재 보는 편이 대화를 쉽게 엽니다.
진단을 받으면 그다음은 무엇일까요?
현재까지 근감소증 치료제로 허가된 약은 없습니다. 근력 운동과 영양 관리가 관리의 중심입니다. 2018년 국제근감소증임상진료지침(ICFSR)도 저항 운동(근육에 부하를 주는 운동)을 1차 관리법으로 권고했습니다.
희망적인 자료도 있습니다. 1990년 JAMA에 실린 연구에서 90대 노인들이 8주 근력 운동 뒤 다리 근력이 크게 늘었습니다. 늦었다고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구체적인 운동 강도와 식단은 다음 단계에서 다룰 내용입니다. 노인 근력 운동 방법
오늘 부모님 종아리 둘레부터 재 보세요. 숫자 하나가 다음 걸음을 알려 줍니다. 노인 단백질 식단
이 글은 질병관리청·국민건강보험공단·행정안전부 공개 자료와 아시아·유럽 근감소증 학회 합의문을 바탕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개인의 진단과 치료는 전문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근감소증은 몇 살부터 생기나요?
근육량은 30대 이후 10년마다 약 3-8%씩 서서히 줄어듭니다. 질환으로 진단되는 경우는 대개 65세 이후에 많고, 60세를 넘기면 감소 속도가 빨라집니다. 오래 누워 지내거나 만성질환이 있으면 더 이른 나이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Q근감소증과 단순한 노화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근육이 조금 줄어든 것만으로는 근감소증이라 하지 않습니다. 악력이 남성 28kg, 여성 18kg 미만이거나 보행 속도가 초당 1.0m 미만처럼 기능 저하가 함께 있을 때 진단합니다. 정확한 구분은 병원에서 근력·근육량 검사로 확인합니다.
Q근감소증 검사는 어느 과에서 받나요?
노년내과,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에서 주로 평가합니다. 악력계, 보행 속도 측정, DXA나 체성분 분석 검사를 함께 시행합니다. 검사비와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병원마다 다르니 예약 시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Q근감소증도 정식 질병코드가 있나요?
네, 있습니다. 2021년 1월 시행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8차 개정에서 근감소증에 M62.84 코드가 부여됐습니다. 다만 민간 보험의 보장 여부는 상품 약관에 따라 다르므로 가입한 보험사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Q살이 찐 사람도 근감소증이 생기나요?
생길 수 있습니다. 근육이 줄고 체지방이 늘어난 상태를 근감소성 비만이라고 부릅니다. 몸무게가 그대로라 놓치기 쉬우니 종아리 둘레나 의자 일어서기 같은 기능 확인을 함께 해 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및 인용
- [1]
2021년 1월 시행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8차 개정에서 근감소증 질병코드 M62.84 부여
출처: 통계청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8) 고시, https://kostat.go.kr
- [2]
근감소증 아시아 진단 기준: 악력 남 28kg·여 18kg 미만, 보행 속도 초당 1.0m 미만, 의자 5회 일어서기 12초 이상, 종아리 둘레 남 34cm·여 33cm 미만, SARC-F 4점 이상
출처: Chen LK et al. Asian Working Group for Sarcopenia: 2019 Consensus Update, J Am Med Dir Assoc 2020, https://pubmed.ncbi.nlm.nih.gov/?term=Asian+Working+Group+for+Sarcopenia+2019+consensus+update
- [3]
근감소증은 낙상·골절·신체 장애·사망 위험을 높이는 진행성·전신성 골격근 질환
출처: Cruz-Jentoft AJ et al. Sarcopenia: revised European consensus (EWGSOP2), Age Ageing 2019, https://pubmed.ncbi.nlm.nih.gov/?term=Sarcopenia+revised+European+consensus+definition+diagnosis+2019
- [4]
근육량은 30대 이후 10년마다 약 3-8% 감소하며 60세 이후 가속
출처: Volpi E et al. Muscle tissue changes with aging, Curr Opin Clin Nutr Metab Care 2004, https://pubmed.ncbi.nlm.nih.gov/?term=Volpi+muscle+tissue+changes+with+aging+2004
- [5]
건강한 노인 10일 침상 안정 시 하지 근육 약 1kg 감소, 무릎 신전 근력 약 16% 감소
출처: Kortebein P et al. Effect of 10 days of bed rest on skeletal muscle in healthy older adults, JAMA 2007, https://pubmed.ncbi.nlm.nih.gov/?term=Kortebein+10+days+bed+rest+older+adults+JAMA+2007
- [6]
전 세계 노인 근감소증 유병률은 진단 기준에 따라 10-27%
출처: Petermann-Rocha F et al. Global prevalence of sarcopenia and severe sarcopenia, J Cachexia Sarcopenia Muscle 2022, https://pubmed.ncbi.nlm.nih.gov/?term=Global+prevalence+of+sarcopenia+and+severe+sarcopenia+meta-analysis
- [7]
2024년 12월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 비중 20% 돌파, 초고령사회 진입
출처: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https://www.mois.go.kr
- [8]
66세·70세·80세 국가건강검진에 노인신체기능검사 포함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 안내, https://www.nhis.or.kr